[북플 베스트 1위]

쓰는 몸으로 살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09월 / ISBN:9791172133245
정가: 20,000원 / 판매가: 18,000원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은 은연중에 독자를 ‘적’으로 생각한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법을 일러주는 글쓰기 강좌와 책이 쏟아지고, 나의 주장과 이야기를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 단단히 논리를 다듬는다. 그러나 언어는 나 하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상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공존하고 싶다는 메시지”이다.
강의실에서 서로 평어를 사용하는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화제된 언어학자 김진해(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쓰기란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당기는 일”이라 말한다. 이번 책 《쓰는 몸으로 살기》 역시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둘의 경험’으로서의 쓰기에 주목한다. 언어학자로서 다양한 언어의 본성을 몸의 감각으로 짚어내며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렇다면 이때의 ‘쓰는 몸’은 무엇인가. 고착화된 표현이나 통념 너머 ‘말해지지 않는 것’을 살피는 눈, 나를 둘러싼 세계의 질서와 타인의 흔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섬세한 감각, 내 글에 기꺼이 타자의 자리를 만드는 유연함을 고루 갖춘 몸이다. 동시에 하나의 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새로운 글로 흐르는 몸이다.
저자는 ‘좋은’ 글이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것이라 말한다. 이렇게 쓰인 글에는 세간의 글쓰기 법칙과 도식화된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언어는 흐른다. 필연적으로 유연하다. 갇히고 고인 말은 생각을 낡게 한다. 쓰는 몸만이 끊임없는 글쓰기를 추구한다. 20년 넘게 언어를 탐구하고 글쓰기를 가르쳐온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성찰적 사유를 담아, 낡은 말을 깨부수고 새로운 말의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일러준다.
[북플 베스트 2위]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05월 / ISBN:9791159921445
정가: 19,800원 / 판매가: 17,820원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20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파멸의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 일깨우는 강렬하고 비전적인 작품”을 수상 이유로 밝히며, 그가 현대 문학이 잃어버린 ‘예언적 언어’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사탄탱고>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헝가리의 작가주의 영화감독이자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거장 벨라 타르에 의해 1994년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공산주의가 붕괴되어가던 1980년대 헝가리. 해체된 집단농장의 마을에 남아 가난과 불신의 늪에 빠져 무기력한 삶을 보내던 이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1년 반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진 이리미아시가 마을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그가 가을장마의 시작과 함께 귀환한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절망적인 삶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달콤한 꿈에 부푸는 한편, 무언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종 없이 들려오는 종소리와 보이지 않는 거미들이 친 거미줄이 세계의 몰락이라는 공포를 부추긴다. <사탄탱고>는 몰락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끝내 쳇바퀴에 다시 포박되어 영원한 악순환을 이루는 과정을 절망의 묵시화로 그려낸다.
[북플 베스트 3위]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 ISBN:9791141602642
정가: 15,000원 / 판매가: 13,500원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10회를 맞이했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2013년 제정된 이 상은, 등단 10년 이상 작가들의 단편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며 한국문학의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순천시의 후원과 문학동네의 주관 아래, 블라인드 심사로 오직 작품의 완성도만을 평가하는 독보적 심사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수상작품집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발표된 131편 중 최은미, 강화길, 김인숙, 김혜진, 배수아, 최진영, 황정은의 일곱 편을 엄선했다. 특히 네 번째로 수상 명단에 오른 최은미가 대상작 「김춘영」으로 1980년 사북항쟁을 배경으로 한 깊은 서사와 인간의 공포, 기억의 층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봄에는 젊은작가상, 가을에는 김승옥’이라 불리며, 한국문단의 한 축으로 자리한 이 작품집은 챗지피티, 팔레스타인 학살, 사북항쟁 등 동시대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10주년을 기념해 검은색과 금색으로 디자인된 표지는 문학의 영예와 독자에게 전하는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북플 베스트 4위]

죽음정치
아쉴 음벰베 지음, 김은주 외 옮김, 김은주 해제 / 동녘 / 2025년 08월 / ISBN:9788972971818
정가: 25,000원 / 판매가: 22,500원
카메룬 출신 정치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아쉴 음벰베의 주요 저작 《죽음정치》가 출간되었다. 그는 컬럼비아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조교수, 아프리카 사회과학 연구 이사회 사무총장을 거쳐 현재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교 사회경제연구원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인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그상을 수상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와 식민주의의 유산을 토대로 한 그의 사상은 탈식민주의 이론, 비판이론, 생명정치 담론을 확장해왔으며 정치철학, 아프리카학, 젠더·퀴어 이론, 예술 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인용되고 있다.
《죽음정치》는 음벰베 사상의 정수로, 현대 민주주의의 퇴보와 폭력, 배제와 증오의 정치를 드러내며, 푸코의 생명정치와 슈미트, 아감벤의 예외상태 개념을 비판적으로 확장해 ‘죽음정치’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이 책은 프랑스어판 《증오의 정치》(2016)를 번역한 것으로, 저자의 요청에 따라 영어 논문 〈Necropolitics〉(2003)를 함께 수록해 개념의 계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음벰베는 프란츠 파농의 사유를 이어받아 취약성과 유한성 속에서 행성적 차원의 윤리와 정치적 대안을 제시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죽음세계의 확산에 맞서 새로운 세계 윤리를 제시한다”고 평했으며,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이 책이 음벰베를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사상가”로 자리매김시켰다고 평가했다.
[북플 베스트 5위]

손자병법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 ISBN:9791139728002
정가: 13,000원 / 판매가: 11,700원
『손자병법』은 왜 2,500년 동안 고전의 자리를 지켜왔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책이 말하는 승리의 본질은 단순히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위태롭지 않게 살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싸워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지더라도 위태로워지지 않는 상태, 다시 탈탈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수천 년의 검증을 견뎌낸 지혜를 전하기 때문이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이 단단한 병법서를 오늘날 독자에게 맞게 재해석했다. 고전의 깊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직접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97가지 역사적 사례와 47컷의 이미지로 풀어냈다. 항우의 몰락에서 배우는 감정 관리, 유방의 성공에서 터득하는 인재 활용, 제갈량의 지혜로 익히는 상황 판단, 링컨의 리더십으로 배우는 조직 운영까지… 이야기마다 ‘삶의 전략’이 녹아 있다.
특히 이번 판본은 각 편마다 상세한 해설과 원문 대조, 현대적 적용을 곁들여 독자들이 손자의 사상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 지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노자의 사상, 병법으로 읽는 비즈니스 전략, 삼십육계 해설을 담은 부록은 『손자병법』을 한층 넓고 깊게 확장시킨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손정의가 이 책에서 삶과 경영의 지혜를 길어 올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손자병법』은 고대의 전쟁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최고의 전략 교과서다. 오늘 이 책을 집어든다면, 당신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북플 베스트 6위]

머슬
보니 추이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09월 / ISBN:9788965967545
정가: 21,000원 / 판매가: 18,900원
‘근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울끈불끈한 이두박근을 자랑하는 보디빌더? 드넓은 어깨와 ‘식스팩’이 인상적인 마블(Marvel) 시리즈의 영웅들? 우리는 흔히 이처럼 잘 발달된 골격근만이 근육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도, 맛있게 먹은 음식을 소화기관들 내에서 이동시키거나 혈관 속 혈액이 순환하게끔 하는 것도 우리 몸속의 근육(심근, 평활근)이 하는 일이다. 이처럼 근육은 인간이 생명체로서 살아가고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아주 핵심적인 기관이다.
《머슬》은 이토록 중요한 신체 기관인 근육의 효용과 그것이 지닌 다양한 의미의 세계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탐구해나간 논픽션이다. 저자에 따르면 근육을 단련하는 행위, 즉 운동은 존재와 씨름하고 행동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매일의 움직임은 우리로 하여금 현존한다는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북플 베스트 7위]

중앙유럽 왕국사
마틴 래디 지음, 박수철 옮김 / 까치 / 2025년 10월 / ISBN:9788972918837
정가: 38,000원 / 판매가: 34,200원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에서 합스부르크 가문의 통사를 처음 소개함으로써 큰 사랑을 받은 마틴 래디가 이번에는 중앙유럽의 방대한 역사를 집대성하여 한 권에 담았다. 흔히 중앙유럽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을 의미하는 지리적 명칭으로 쓰이지만, 역사 속에서 이곳은 끊임없이 국경을 바꾸어가며 다양한 민족들이 상호 작용한 복합적 공간을 의미한다.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중앙유럽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아직까지 국내에 없었다. 명실상부 중앙유럽 역사의 최고 전문가인 마틴 래디는 중앙유럽의 왕국들이 공유해온 특유의 민주주의 전통과 귀족 문화, 각 민족들의 민간 전승 같은 찬란한 문명뿐만 아니라 인종 청소, 스탈린주의 등 어두운 역사까지 두루 조명하며 중앙유럽 역사의 독특함과 중요성을 소개한다.
중앙유럽은 중세부터 발전한 독특한 의회 문화를 기반으로 서유럽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실천했고, 이후에는 합스부르크-헝가리 제국, 프로이센 제국 등 강력한 국가 권력을 토대로 국민들의 계몽에 앞장섰다. 또한 다양한 민족들을 구분하기 위해 언어와 외모, 민간 전승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각각의 민족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강력한 국가 권력은 전체주의로, 민족주의는 인종학으로 변모했고, 중앙유럽을 인종 학살의 중심지로 전락시켰다. 이후 소련이 중앙유럽을 점령했고, 소련이 몰락한 후에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의 무대가 되었다. [more…]
[북플 베스트 8위]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정혜윤 지음 / 녹스 / 2025년 10월 / ISBN:9791199405806
정가: 16,000원 / 판매가: 14,400원
말없이 흐르는 눈물, 할 말을 잃은 마음, 등허리에 커다란 바위를 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에 깊이 연민하는 작가. 온갖 고통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내는 일의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는 작가 정혜윤의 『책을 덮고 삶을 열다』가 출간되었다.
전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과 『삶의 발명』이 조용히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면, 『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책이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삶을 영원히 바꾼 순간에 대한 에세이다. 책이 어떻게 삶의 재료가 될 수 있는지, 밑줄 그은 문장, 접어놓은 페이지, 옮겨 적은 글귀들이 어떻게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지, 다른 작가들의 문장을 이어 붙여 어떻게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말한다.
어떤 책이 특별하다면 우리가 그 책을 필요로 하거나 사랑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오래된 이야기를 계속 살아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열의이고, 우리는 인류가 수없이 다시 읽는 이야기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때론 무의미하고 덧없게도 보이는 이 일을 저자가 ‘마법’이라 부르는 까닭은 그에게 읽기가 곧 발걸음을 옮겨 다른 생명에게 내닫는 일이어서다.
이 책에는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던 존재를 새롭게 사랑하게 된 순간이, 세상을 향한 마음을 닫을 수 없던 순간이,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던 순간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어느새 “나의 열정은 나를 잊어버리는 것”이 된 저자가 ‘나’로부터 끌려 나온 끝에 발견한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경이가 있다. 매혹적인 글쓰기로 긴 시간 우리에게 더없는 위안을 준 작가 정혜윤이 자신 삶의 가장 강력한 재료인 책을 섞어 만든 이 책은 읽기라는 미약한 행위가 이 슬픈 세상에 어떤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건넨다.
[북플 베스트 9위]

장르의 해부학
존 트루비 지음, 신솔잎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0월 / ISBN:9791130670317
정가: 48,000원 / 판매가: 43,200원
할리우드 최고의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세계적인 시나리오 작가인 존 트루비는 30년 동안 1000편이 넘는 영화 시나리오에 참여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무수한 콘텐츠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장르를 낱낱이 파헤쳐야만 한다고 말한다. 대중이 끌리는 스토리에는 공통적인 스토리텔링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명의인 존 트루비는 장르의 기본 구성 요소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단계별 가이드를 제시한다.
14가지 주요 장르와 각 장르를 정의하는 비트를 분석하며 성공적인 스토리를 위한 필수 요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또한 하나의 스토리에 다양한 장르 요소를 결합하는 방법과 최고의 작가들이 이 결합을 사용해 차별화된 스토리를 세계적인 흥행 작품들은 모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장르 혼합을 시도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장르가 인간의 다양한 요구와 욕구에 어떻게 호소하는지를 살펴보면 더 설득력 있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다. 1300여 편이 넘는 수많은 작품과 장르와 스토리를 분석하는 그의 입담에 빠져들다 보면 장르를 넘어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통찰까지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라면 꼭 존 트루비의 장르 스토리텔링 필독서를 만나보자.
[북플 베스트 10위]

궁정인 갈릴레오
마리오 비아졸리 지음, 박초월 옮김 / 소요서가 / 2025년 10월 / ISBN:9791199202641
정가: 38,000원 / 판매가: 34,200원
과학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리오 비아졸리의 《궁정인 갈릴레오》(1993)가 32년 만에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갈릴레오가 절대주의 궁정문화 속에서 어떻게 코페르니쿠스주의와 수학적 자연철학을 정당화했는지, 풍부한 1차 사료를 통해 분석한다.
이 책은 종교의 박해에 맞서 진리를 수호한 불굴의 영웅을 그리지 않는다. 절대주의 궁정 사회의 복잡한 후원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궁정인’ 갈릴레오에 관해 말한다. 과학적 진리는 투명한 진공상태에서 순수한 이성의 활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 갈릴레오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학적 발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재구성했는가이다. 갈릴레오는 직접 개량한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후, 이를 메디치 가문에 헌정하고 그 대가로 ‘대공의 철학자 겸 수학자’라는 전례 없는 작위를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지배하던 시기, 수학자는 우주의 원리에 대해 논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메디치 궁정이라는 제도적 기반과 군주의 권위를 통해 새로운 과학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아졸리는 이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며, 근대 과학의 탄생이 단순히 새로운 관측 도구나 이론의 등장이 아니라, 지식 생산자의 사회적 위치와 정당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사건이었음을 보여준다.
출처 :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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