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멀리 있는 너를 찾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너를 찾는 일이다.
너를, 너와의 추억을 샅샅이 끄집어내 내 가슴을 찢는 일이다.
그리움이란 참 섬뜩한 것이다.
– 신경숙, 『외딴 방』중에서
이 문장은 1995년 출간된 신경숙의 장편소설 『외딴 방』에서 나온다.
이 구절은 그리움을 단순한 ‘부재의 거리’가 아니라 ‘내면에 남아 있는 흔적과의 대면’으로 정의한다. 그리움은 밖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안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통로다. 그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행위이며, 동시에 그 기억이 현재의 나를 찢는 고통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그리움이 아름답기만 한 감정이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그리움은 때로 집요하고, 자기 안의 깊은 상처를 반복해서 건드리는 섬뜩한 힘을 지닌다. 그러나 이 고통은 우리가 사랑했고, 관계를 맺었으며,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국 그리움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렬한 감정 중 하나로, 고통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깃든 양날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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