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원 “깊고 깊은 밤에”

2025년 08월 24일

모든 소리마저 잠들어버린
깊고 깊은 밤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들지 못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대 얼굴은 자꾸만
내 가슴속을 파고든다

그대 생각 하나하나를
촛불처럼 밝혀두고 싶다

그대가 멀리 있는 밤은
더 깊고 어둡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밤마다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이냐

지금도 사방에서
그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용혜원 “깊고 깊은 밤에”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외로움과 그리움의 결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에게 잠들지 못하는 깊은 밤, 고요 속에서 오히려 생각이 더 크게 피어나는 순간을 표현했다.

모든 소리가 멎은 어둠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고, 그 존재가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감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하다. 특히 ‘촛불처럼 밝혀두고 싶다’라는 표현은 애틋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그리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어둠을 밝히는 희망 같은 것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대가 멀리 있다는 사실이 밤을 더 깊고 어둡게 만들고, 그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밤마다 찾아오는 사랑의 그림자를 의문처럼 묻지만, 그 목소리가 여전히 자신을 감싼다는 사실로 위안을 얻는다.

이 시를 읽으며, 사랑은 부재 속에서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역설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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