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이다.
책 내용과 소감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는 마흔여덟 살의 다다시. 직장 동료와의 불륜으로 아내와 이혼하게 된다. 다다시는 소중히 마련한 아파트와 고급 취향의 가구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그동안 막연히 동경해오던 오래된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살기로 하여, 큰 나무가 있는 공원 근처 낡은 목조주택을 임대받아 수리하고 바꿔서 고양이와 함께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한다. 동네 백화점 국수집에서 전 애인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일상에 여러 문제들을 겪으면서 관계를 새로 만들어 간다.
이 소설에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륜, 이혼, 동성애, 노령화 문제 등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현상들 속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여주인공이 불륜의 상대자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혹평하는 리뷰를 본적이 있지만, 이 책은 불륜과 치정에 대한 미화 또는 어쩔 수 없는 해명의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잘못에 대한 댓가로 이혼을 당하면서 신혼 때부터 살고 있던 아파트와 본인이 애착하는 비싼 소유품들을 모두 포기하고 인생 2막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는 40대에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없이 원하던 취향의 집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하고 싶은대로 사는듯한 우아한 삶을 부러워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옛 애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여러 가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과 부딪히게 된다. 게다가 소망하던 모습의 집꾸미기를 하나씩 완성해가는 순간에 갑자기 집주인이 귀국하게 되어 그 꿈도 사라지게 되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가나의 긴급한 문제를 위해 나의 우아한 생활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우아하게 혼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남을 돌볼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는 나도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인 주인공은 새로 짓는 집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계획한다. 그래서 우아하다는 말을 이제 그만 듣고 싶다로 소설은 마무리 되었다.
인물 소개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속 인물들은 서로의 시선과 욕망, 그리고 생활 방식의 차이 속에서 미묘한 긴장을 드러낸다.
오카다 다다시는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전처의 시선 속에서 드러내지만, 영업부장의 눈에는 우아한 사람으로 비친다. 그에게 우아함이란 곧 빈틈없는 생활, 질서와 통제된 일상과 같다. 사십대의 그는 넉넉한 월급을 받으며 혼자 살고, 이미 성인이 된 아들에게 부양의무도 없으며 부모 역시 건강하다. 겉보기에 안정된 삶을 사는 듯하지만, 책과 덴마크 가구에 대한 집착, 그리고 불륜이 갈등의 불씨가 된다.
전처는 국립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금융기관 연구소에서 일하는 능력 있는 여성이다. 소득 역시 오카다보다 많다. 그녀의 세계는 가방, 코트, 하이힐로 상징되는 외형적 세련됨과 엘리트 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이 점이 오카다의 소박한 생활과 부딪히며 갈등을 일으킨다.
스가와라 가나는 특유의 눈빛으로 다른 이를 살짝 올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녀의 일솜씨는 바람이 빨래를 말리듯 눈에 보이지 않게, 그러나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흐른다. 삼십대 초반, 홀로된 아버지를 부양하며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그녀는 늘 현실과 공중 사이에 떠 있는 듯한 피로와 고단함을 안고 있다.
소노다는 집에 대한 깊은 애착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구조적 형태에 집착한다. 그는 친절하지만 어딘가 별난 인물로, 벽난로가 있는 벽에 걸린 니시야마 도루의 그림과 연결된 비밀스러운 관계를 지니고 있다. 돌발적인 행동이 주변에 파문을 일으키며 갈등의 또 다른 축이 된다.
이렇듯 각 인물들은 서로 다른 욕망과 집착, 생활의 리듬을 안고 있으며, 그것이 얽히면서 우아함이라는 모호한 주제를 둘러싼 긴장과 균열을 만들어낸다.
사건 중심의 내용 흐름
이 소설의 사건은 오카다 다다시의 내밀한 일상과 관계의 굴곡을 따라 흘러간다.
먼저 사내 불륜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다시는 스가와라 가나를 향한 3년간의 짝사랑 끝에 같은 동네로 이사 온 그녀와 퇴근길을 함께 걷게 된다. 그렇게 특별한 전망이나 계획도 없이, 단지 상황에 내맡긴 채로 5년을 만났고, 1년 전 이별을 맞는다.
이와 동시에 그의 결혼 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혼은 친척과 짐을 두 배로 늘리고, 싸움을 네 배로 늘린다”는 말처럼, 갈등은 그의 삶을 압도했다. 다다시는 결국 이혼을 선택하고, 인생 네 번째 이사를 결심한다. 이번에는 자연림에 둘러싸인 공원 근처의 오래된 단독주택을 선택했다. 혼자 사는 삶은 오히려 편안했고, 낡은 집을 손보며 살아가는 일은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역 근처 백화점의 국수집에서 우연히 가나와 재회한다. 집으로는 불과 10분 거리, 많은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다시 연결된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곧 가나의 부친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다. 수술 뒤 섬망과 거동 불편으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서, 가나는 지쳐갔다. 다다시는 그녀 곁에서 연상의 친구 같은 존재로 머물며 삶을 함께 감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아들 히사히코는 네덜란드에서 동성의 연인을 만나 행복해 보였다. 마약과 안락사, 포르노그래피까지 자유롭게 허용되는 나라에서의 경험은 다다시에게 혼란을 안겼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성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이런 동안에도 다다시는 새 집을 수리하고 창틀을 갈고 벽난로를 사용하며 가나와 함께 추억을 쌓는다. 이 와중에 소노다가 갑작스레 귀국한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 후미의 존재가 사라지고, 다다시는 깨닫는다. 집보다 가나의 존재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이어 가나 옆집에서 아흔 살 노파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다. 불길은 가나의 집에도 피해를 남기고, 수리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예기치 않게 동거한다. 그때 지하실에서 후미의 시체가 발견되고, 낯선 환경 속에서 가나의 부친은 실종된다. 역에서 전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장면까지 목격하며, 다다시는 “완전히 사라진 것들”을 실감한다. 후미, 전처, 가나의 옆집, 그리고 소노다의 집까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소노다가 다시 돌아오고, 화재로 사라진 가나의 옆집 공터에 새로운 집을 짓기로 한다. 그렇게 다다시는 집착하던 우아함을 버리고, 가나와 함께 다시 출발한다.
생각 나누기
- 각자가 생각하는 우아한 삶은 어떤 삶일까요?
- 혼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와 같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 p165~166 “예상도 못 했던 아들의 연락으로 예상도 못 했던 사태에 직면했다. 어딘가 정적에 잠긴 머릿속에서 괜찮아, 문제될 건 전혀 없어, 괜찮아…..하고 되풀이하는 나 자신을 또 하나의 내가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내내 히사히코를 모르고 살았다. 중학생이 됐을 때부터 내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더 멀어졌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히사히코가 진짜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느껴졌다. 아들의 진짜 모습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한 주인공의 우아한 대처 방법이라 생각된다. 나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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