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실은 잊히는…”

2025년 10월 06일

“The realities of life do not allow themselves to be forgotten.”
– Victor Hugo, 『Les Misérables』 (1862)
“삶의 현실은 잊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이 문장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1862)에서 나온다. 위고는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이자 사회참여적 지식인이었으며,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과 인간 존엄을 깊이 있게 묘사한 인물이다. 이 구절은 현실의 무게를 회피하거나 망각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결국 불가능하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현실은 언제나 되돌아오고, 그 안에는 고통과 사랑, 책임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고는 이상과 도덕, 그리고 인간 존재의 조건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은 종종 꿈과 희망으로 현실을 덮으려 하지만, 현실은 묵직한 손으로 우리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것은 고통의 기억이든, 책임의 무게든, 혹은 사랑의 부재든 상관없다. 삶은 우리에게 “나를 잊지 마라”고 속삭이며, 그렇게 우리는 현실 속에서 성장하고 다시 사랑을 배우며, 진실의 자리에 서게 된다. 이 구절은 어떤 면에서 잊힘과 기억의 투쟁을 상징한다. 우리가 겪은 아픔과 상처, 실패와 좌절은 시간이 지나도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고통의 잔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흔적임을 위고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하다. 현실은 차갑지만, 그 안에 인간의 온기가 있다. 그것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AP의 최근 한 기사에는,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 Bobryk에서 전쟁 위협 때문에 학교 교실이 지하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어. 아이들이 극심한 폭격 공포 속에서도 공부하려 애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Ukraine’s children start new school year in underground classrooms to avoid Russian bombs”)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사람들이 살아 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잊히지 않는다. 전쟁으로 인한 현실은 잔인하지만, 그것을 잊지 않고 맞서는 순간, 인간은 다시 인간다워진다. 고통의 기억은 도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불씨가 된다.

카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의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89)』은 이 문장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 스티븐스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과 억눌린 감정을 잊으려 하지만, 결국 현실의 기억이 그를 다시 되돌린다. “삶의 현실은 잊히지 않는다”는 위고의 말처럼, 진실은 조용히 우리 내면에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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