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방문객”

2025년 12월 10일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을 스치고 만나지만, 그 만남의 무게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정현종 시인의 이 시는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거대하고 경이로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단순히 한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긴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 즉 한 우주가 통째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라는 표현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특히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라는 구절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려온다. 우리 모두는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속에는 각자의 상처와 연약함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올 때, 그 연약한 마음까지 함께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조심스럽고 따뜻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그 마음의 결을 읽어주는 것을 ‘바람’에 비유했다. 강요하거나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바람처럼 부드럽게 그 마음의 갈피를 어루만지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바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환대’일 것이다. 이 짧은 시를 읽으며 나는 오늘 내가 마주친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했는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어떤 태도로 존중해주었는지 조용히 되돌아보게 된다.

너의 ‘삶’을 존중하고 안아주며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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