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시간
침묵의 시간이 편안한 깊은 사이가 있는가
Is there a deep comfortable link with times of silence?
박노해, 『걷는 독서』
이 문장은 시인이자 사진가, 그리고 혁명가로 알려진 박노해(Park Noh-hae) 작가의 격언집인 『걷는 독서』(Walking Reading)에 수록된 글귀다.
침묵은 흔히 관계의 단절이나 어색함으로 오해받곤 하지만, 박노해 작가는 이를 오히려 관계의 깊이를 가늠하는 척도로 제시한다. 진정으로 깊은 사이란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지 않아도, 함께 있는 그 고요함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소통이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신뢰할 때, 언어는 잠시 쉬어가고 마음과 마음이 흐르는 깊은 평온의 시간이 찾아온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정적을 견디지 못해 의미 없는 말들로 그 빈 공간을 채우려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거나 길을 걸을 때, 그 침묵이 결코 무겁지 않고 오히려 포근한 담요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미 영혼의 결이 맞닿아 있다는 증거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진심이 침묵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 관계는 비로소 소음에서 벗어나 깊은 서정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좋은 명언,
- “말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
- “진정한 우정은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이 편안할 때 시작된다.” – 데이비드 타이슨 젠트리(David Tyson Gentry)
- “침묵은 신의 언어이며, 그 외의 모든 것은 서툰 번역이다.” – 잘랄루딘 루미(Jalaluddin 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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