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함의 이유

“C’est le temps que tu as perdu pour ta rose
qui fait ta rose si importante.”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네가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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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어린 왕자(Le Petit Prince)가 지구의 장미 정원에서 자신의 장미가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에 상심했을 때, 여우(Renard)가 건네는 깨달음의 핵심이다. 프랑스어 원문의 ‘perdu’는 직역하면 ‘잃어버린’ 혹은 ‘허비한’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어준 숭고한 소모를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대상이 가진 객관적인 아름다움이나 가치 때문에 그것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쏟은 정성과 눈물, 그리고 그를 위해 보냈던 기다림의 시간들이 그 대상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만든다. 수만 송이의 장미가 피어 있는 정원에서도 어린 왕자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그 꽃에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를 세워주며 자신의 생(生)의 일부를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관계의 본질이 ‘책임’과 ‘길들임’에 있음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은 단순히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쌓아가는 시간의 겹 속에서 탄생한다. 네가 공을 들인 그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꽃의 줄기와 잎사귀 속에 스며들어 그 꽃을 너의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로 변화시킨 것이다. 결국 소중함이란 대상의 화려함이 아니라, 너의 진심이 머물렀던 흔적의 깊이다.

비슷한 의미로 생텍쥐페리는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해 나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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