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흰』과 인공지능의 문장

2025년 12월 22일

이 기사는 한강의 『흰』에 나오는 아주 개인적이고 절박한 문장이, 인공지능에 의해 “그럴듯하게 다시 쓰일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흰』의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라는 문장은 실제 삶의 기억에서 거의 그대로 나온 말인데, AI는 그 앞뒤 맥락을 정리해서 더 서사적이고 완성도 높아 보이는 문장으로 만들어냈고,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 AI 문장을 더 좋다고 느꼈다는 거다.

연구자들은 유명 작가들의 글을 잔뜩 학습시킨 AI에게 “이 작가 스타일로 써봐”라고 했고, 창작을 공부한 학생들조차 인간이 쓴 글과 AI 글을 구분하지 못했다. 심지어 작가 본인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문장이 더 매끄럽고 익숙하면, 우리는 그게 어디서 나온 말인지, 어떤 삶에서 나온 말인지는 덜 중요하게 느끼는 건 아닐까?

기사의 핵심은 “AI가 문학을 대체할까?”라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맥락이 정리된 말, 감정이 설명된 문장에 너무 익숙해진 건 아닐지. 『흰』의 문장은 덜 설명적이고, 거칠고, 실제로 누군가가 붙잡고 중얼거린 말에 가깝다. 그런데 AI는 그걸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바꿔준다. 문제는, 우리가 점점 그쪽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기사는 결국 문학이란 게 정말 “잘 쓰인 문장”이면 충분한 건지, 아니면 여전히 누군가의 몸과 기억에서 나온 말이어야 하는 건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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