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2026년 01월 22일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결정되는 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is for us.

가장 진실한 삶의 길은
타인의 친절 뒤에 숨은 통제를 경계하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에 있다.

Source: Pixabay

이 문장은 오늘날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문구 중 하나다. 이 격언은 단순히 정책 결정의 원칙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주권을 선언하는 숭고한 외침과도 같다.

이 말의 기원은 1511년 폴란드(Poland)의 국회에서 채택된 법적 원칙인 ‘니힐 노비(Nihil novi)’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군주는 의회의 동의 없이 새로운 것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 남아프리카 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의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이 이 문구를 슬로건으로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제임스 찰턴(James Charlton)은 이 문장을 통해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서사시와 같다. 그 시의 운율을 정하고 문장을 써 내려가는 주인공은 오직 나 자신이어야 한다. 누군가 나를 돕겠다는 선한 의지로 내 삶의 방향을 대신 결정한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 나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다면 그것은 진정한 배려가 될 수 없다. 마치 숲의 나무가 햇살을 향해 스스로 가지를 뻗듯,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때 가장 찬란하게 빛난다. 타인의 손길이 닿은 화려한 화단보다, 비록 거칠더라도 내가 직접 일군 작은 정원이 더 소중한 법이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타인의 친절 뒤에 숨은 통제를 경계하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 문장은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말과도 연결된다. “나를 위해 행해지는 것이라도 나를 통하지 않은 것은 나를 해치는 것이다.” 또한 문학 작품 속에서도 이러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는 개인이 배제된 시스템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반면,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내면적 태도를 결정할 권리만큼은 빼앗길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해 인근의 절벽 위 요새인 마사다(Masada)는 로마에 저항하던 유대인 집단이 끝까지 맞서 싸우다가 스스로 집단 자결을 선택한 곳으로, 타인의 지배에 대한  저항과 결연함, 비극적 선택, 자유/존엄 같은 의미로 강하게 상징화되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간혹 극단적으로 해석할 때 ‘당사자주의’에만 매몰될 수 있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나 객관적인 전문가의 조언을 배척하는 폐쇄적인 태도로 흐를 위험도 있다. 또한,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의 목소리를 누가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난제도 존재한다. ‘우리’라는 범주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여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기보다는, 소통과 협력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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