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Post-truth) 시대의 심리학적 기제와 사회적 해법

분노와 불신의 시대,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의 사회는 극단적으로 갈라지고, 정치는 연일 끝없는 대립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현상이 상징하듯,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가는 자극적인 선동 앞에서 객관적 사실은 힘을 잃고, 감정과 신념이 여론을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현상은 이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우리 민주주의 담론의 기반을 향한 실체적 위협이다.

한 사회가 더 이상 공유된 현실에 합의할 수 없을 때,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는가? 검증된 사실과 데이터가 진영 논리와 감정적 선동 앞에서 무력해질 때,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가? 이 보고서는 탈진실 현상의 표피적 증상을 넘어, 그 뿌리를 이루는 인간의 심리적 기제를 최신 연구와 구체적인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진단한다. 특히 과거 학계를 지배했던 ‘팩트의 역효과(Backfire Effect)’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왜 우리가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지, 그리고 이 혼돈의 파도를 넘어설 실질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한다.

탈진실의 도래: 사실의 권위가 무너진 새로운 현실

우리가 마주한 전장은 단순한 거짓 정보와의 싸움터가 아니다. 이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진실’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사실을 판별하는 게임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하며, 그 의미를 “객관적 사실이 여론 형성에 있어 감정과 개인적 신념보다 영향력이 적은 상황”으로 정의했다. 이는 진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진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거나 정치적 무기로서의 효용 가치가 떨어진 시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2024년 1월, 미국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바이든 AI 로보콜 사건’은 그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를 AI로 정교하게 위조한 가짜 전화가 유권자들에게 발송되어 투표 거부를 종용했는데, 이는 팩트의 진위를 따지기 이전에 ‘들리는 현실’ 자체를 조작함으로써 민주주의 절차를 위협한 대표적인 사례다. 객관적 증거라고 믿었던 목소리조차 더 이상 진실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탈진실 현상이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특정 집단이 자신들만의 현실을 구축하는 ‘대안적 인식론’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과학적 증거와 전문가적 합의가 진실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편이 말하는 것” 혹은 “직관적 믿음”이 진실의 유일한 시금석이 되는 대안적 체계가 작동한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경찰의 위치 추적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해당 의혹이 허위임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치적 팬덤 내에서는 이를 여전히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혹은 ‘권력에 의한 은폐’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존재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사 결과라는 팩트가 아니라, 그들이 공유하는 정치적 서사와 신념(인식론)을 지키는 것이다. 이 체계 안에서 팩트체크는 교정의 도구가 아니라 ‘반대 진영의 공격’으로 간주될 뿐이다.

우리는 왜 진실을 외면하는가: 마음의 작동 방식

허위 정보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원인을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 뇌의 인지적 특성 자체가 가짜 뉴스를 받아들이기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진실을 판별할 때 고도로 논리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기보다,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에 의존한다. 즉, 정보가 뇌에서 쉽고 빠르게 처리되면 그것을 진실로 느낀다. 이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기제는 ‘반복’과 ‘친숙함’이다.

과거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배치 당시 퍼졌던 괴담은 이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하고 사람 몸을 튀겨낸다”는 자극적인 주장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한히 반복 재생산되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실제 전자파 수치가 인체 보호 기준의 0.19%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지만, 대중의 뇌는 이미 반복적으로 노출된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더 친숙하고 진실된 것으로 인식했다. 거짓 정보라도 반복되면 뇌는 이를 사실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은 기존의 신념이나 소속 집단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정보를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동기화된 추론’을 한다. 이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소속감’이 ‘진실’보다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발달한 본능이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는 2010년대 초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가수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증명서, 성적표, 학교 측의 공식 확인서 등 반박 불가능한 모든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타진요’ 회원들은 이를 정교한 위조라고 주장하며 믿지 않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자신들이 구축한 ‘거짓말쟁이 타블로’라는 서사를 지키는 것이었기에, 눈앞의 명백한 증거조차 자신들의 믿음에 맞춰 왜곡 해석했다.

팩트체크의 오해와 진실: ‘백파이어 효과를 넘어

탈진실 시대를 논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지만, 동시에 가장 크게 오해받고 있는 이론이 바로 ‘백파이어 효과(Backfire Effect)’이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 팩트를 들이대면, 오히려 상대방의 잘못된 믿음이 더 강해진다”는 이 이론은 우리에게 깊은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최신 과학은 희망적인 소식을 전한다.

2010년 나이핸과 라이플러(Nyhan & Reifler)의 연구는 교정 정보가 이념적 집단 내에서 오히려 오인식을 강화시킨다고 보고하며 ‘백파이어 효과’라는 용어를 유행시켰다. 이로 인해 언론과 지식인들 사이에는 “팩트체크는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퍼졌다.

그러나 Wood와 Porter(2019)가 1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52개의 이슈를 실험한 대규모 연구와 나이핸 본인의 2021년 수정 논문에 따르면, 백파이어 효과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예외적 현상임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명확한 팩트를 제시받으면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수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진짜 문제는 ‘반발’이 아니라 ‘망각’과 ‘엘리트의 신호’다. 사람들은 팩트를 수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사라지거나(Decay), 자신이 지지하는 유력 정치인(엘리트)이 거짓 주장을 반복하면 다시 그 거짓으로 회귀한다. 즉, 우리는 사실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실을 수용할 능력이 있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거짓 정보의 홍수와 진영 논리의 압력 속에서 사실을 유지할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무엇이 탈진실의 토양을 만들었는가: 구조적 원인

개인의 심리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 허위 정보가 번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토양은 지난 수십 년간 형성된 사회·정치적 메가트렌드의 결과물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걸러서 보여주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를 만든다. 이러한 환경은 ‘분노’와 ‘극단성’을 증폭시키는 비즈니스 모델 위에 서 있다.

한국의 ‘사이버 렉카’ 현상은 이러한 구조적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유튜버 쯔양을 협박하여 금품을 갈취하려 했던 일부 유튜버들의 사례에서 보듯,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타인을 공격해 조회수를 올리는 행위가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대중은 자극적인 썸네일에 이끌려 이들의 주장을 소비하고,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를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시키며 거짓을 돈으로 환전해 준다.

탈진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뢰의 위기’다. 미국의 ‘큐어넌(QAnon)’ 음모론은 신뢰가 붕괴된 사회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섬뜩한 예시다. “악마를 숭배하는 딥스테이트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자생적으로 살이 붙어 거대한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고, 결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라는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경제적 박탈감과 기성 체제에 대한 불신이 팩트보다 강력한 ‘부족적 믿음’으로 결집될 때 발생하는 파괴력을 증명한다.

이 혼란의 파도를 넘기 위한 전략

진단이 바뀌면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팩트는 통하지 않는다”는 패배주의를 버리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전략을 통해 공유된 현실을 복원해야 한다. 르반도프스키(Lewandowsky)가 제안한 ‘테크노코그니션(Technocognition)’ 접근법은 인지심리학 원칙을 기술과 제도에 적용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기술적 차원] 알고리즘적 책임과 마찰(Friction) 도입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중립적인 기술 중개자가 아니다. X(구 트위터)가 도입한 ‘커뮤니티 노트(Community Notes)’ 기능은 기술적 해법의 좋은 예시다. 배경이 다른 사용자들이 집단지성으로 팩트체크 문구를 작성하고, 이것이 유용하다고 평가받으면 해당 게시물 하단에 강제로 노출된다. 연구 결과, 커뮤니티 노트가 달린 허위 정보는 공유가 현저히 줄어들고 삭제될 확률이 높아지는 등 실질적인 정화 효과를 보였다.

[인지적 차원] ‘프리벙킹(Prebunking)’진실 샌드위치

사후 팩트체크(Debunking)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예방이다. 구글의 자회사 직소(Jigsaw)가 진행한 ‘프리벙킹(Prebunking)’ 캠페인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은 짧은 영상을 통해 “공포를 조장하는 수법”, “희생양 찾기” 등 허위 정보의 논리적 패턴을 미리 대중에게 교육했고, 이를 시청한 사람들은 추후 유사한 허위 정보를 접했을 때 식별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정보를 전달할 때는 ‘진실 샌드위치’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팩트를 전달할 때 허위 정보를 먼저 언급하면 오히려 거짓에 대한 친숙함만 높일 수 있다. [사실 – 허위 정보(간단히 언급) – 사실(재확인)]의 순서로 정보를 구성하여, 진실이 기억의 중심에 남도록 해야 한다.

[시민적 차원] 진실을 위한 연대

우리 각자는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감정적인 반응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옹호하는 것이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이 승리하는 사회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허위 정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세력에게 책임을 묻고, 사실을 말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시민적 연대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우리는 사실보다 믿고 싶은 것에 열광하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성을 통해 그 본능을 넘어서고, 더 나은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다. 이제 ‘팩트’에 ‘전략’과 ‘지혜’를 더해야 할 때다.

 

[참고문헌]

Ecker, U. K. H., Lewandowsky, S., Cook, J., Schmid, P., Fazio, L. K., Brashier, N., Kendeou, P., Vraga, E. K., & Amazeen, M. A. (2022). The psychological drivers of misinformation belief and its resistance to correction. Nature Reviews Psychology, 1(1), 13–29. https://doi.org/10.1038/s44159-021-00006-y

Lewandowsky, S., Ecker, U. K. H., & Cook, J. (2017). Beyond misinformation: Understanding and coping with the “post-truth” era. Journal of Applied Research in Memory and Cognition, 6(4), 353–369. https://doi.org/10.1016/j.jarmac.2017.07.008

Nyhan, B. (2021). Why the backfire effect does not explain the durability of political mispercep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8(15), e1912440117. https://doi.org/10.1073/pnas.1912440117

Nyhan, B., & Reifler, J. (2010). When corrections fail: The persistence of political misperceptions. Political Behavior, 32(2), 303–330. https://doi.org/10.1007/s11109-010-9112-2

Oxford Languages. (2016). Word of the year 2016.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languages.oup.com/word-of-the-year/2016/

Wood, T., & Porter, E. (2019). The elusive backfire effect: Mass attitudes’ steadfast factual adherence. Political Behavior, 41(1), 135–163. https://doi.org/10.1007/s11109-018-9443-y

[생각해볼 질문]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그린란드(Greenland) 관련 발언과 관세 위협에서, “팩트”보다 “정체성서사”가 먼저 작동한 지점은 어디인가?
    이 글에서는 탈진실이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 편이 말하는 것”이 진실의 기준이 되는 대안적 인식론으로 굳어진다고 본다. 최근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그린란드(Greenland) 문제를 유럽 동맹에 대한 관세 압박과 연결했고, 노벨평화상(Nobel Peace Prize) 불만을 거론하며 발언 수위를 올렸다가, 이후 “무력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식으로 톤을 바꾸기도 했다. [1]
    이 질문을 통해 깊게 봐야 할 지점은, 그린란드(Greenland)를 둘러싼 사실관계보다 “누가 굴복하느냐/누가 모욕했느냐” 같은 감정적 서사가 지지층 결속에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때, 민주주의의 의사결정이 ‘정책 경쟁’이 아니라 ‘서사 경쟁’으로 변질되는 메커니즘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엘리트의 신호’(지지 정치인의 반복 발화)가 어떤 속도로 대중의 믿음을 재정렬하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 베네수엘라(Venezuela) 군사 개입 마두로(Nicolás Maduro) 체포 보도 국면에서, “진실 샌드위치”는 실제로 가능한가, 아니면 ‘첫 인상(처리 유창성)’이 이미 여론을 결정해 버리는가?
    이 글에서는 반복과 친숙함이 진실 판단을 좌우하는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을 핵심 기제로 제시한다. 미국 하원에서 베네수엘라(Venezuela) 파병을 제한하려는 결의가 부결됐다는 보도, 그리고 군사작전과 마두로(Nicolás Maduro) 체포를 둘러싼 일련의 공식 발표·해설이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은, 사실 검증보다 “가장 먼저, 가장 자극적으로, 가장 많이 본 프레임”이 기억을 점유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2]
    이 질문이 겨냥하는 핵심은, 사실 전달의 형식(‘사실–거짓–사실’ 구성)만으로 여론을 교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플랫폼 환경에서 “충격적 주장 → 반박” 구조가 오히려 거짓 주장에 친숙함만 더해 주는지다. 어떤 행위자가 의도적으로 ‘반박을 유도하는 거짓’을 뿌려 노출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Ukraine-Russia war)에서 ‘전장’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정보 공간으로 이동한 뒤, 시민이 합의해야 할 “공유된 현실”의 최소 단위는 무엇인가?
    이 글의 문제의식은 “사회가 공유된 현실에 합의할 수 없을 때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 명분·전쟁범죄·지원 효과를 둘러싼 허위·오도 정보가 각국 여론과 정책을 직접 흔드는 대표 사례로 연구·정책 문서에서도 다뤄져 왔다. [3]
    이 질문은 ‘무엇이 사실인가’ 이전에 ‘어디까지가 검증의 공통 바닥인가’를 묻는다. 예를 들어 (1) 공식 통계·위성·다중 출처 보도를 어느 수준까지 신뢰 기준으로 삼을지, (2) 전시 선전과 언론 자유의 경계를 어떻게 그을지, (3) “중립”을 표방하는 거짓 균형이 오히려 탈진실을 강화하는지 같은 점을 깊게 따져봐야 한다.
  • AI 음성영상 조작과 밈(meme) 정치가 결합한 국면에서, ‘팩트체크’는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도구인가, 아니면 “검증 피로”를 누적시키는 장치로 악용되는가?
    이 글에는 2024년 미국 뉴햄프셔(New Hampshire) 예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Joe Biden) 목소리를 흉내 낸 AI 로보콜 사례를 들어 “들리는 현실” 자체가 조작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4]
    이 질문으로 파고들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AI 조작은 진실/거짓을 가르는 비용을 급격히 올려 시민에게 “어차피 다 못 믿겠다”는 냉소를 심어 주기 쉽다. 둘째, 냉소가 확산될수록 ‘팩트의 권위 붕괴’가 가속되고, 그 틈에서 가장 단순한 정서(분노·혐오·모욕)가 정치적 동원이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제안한 프리벙킹(Prebunking) 같은 예방 전략이, 단순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 “검증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라는 제도 설계로 확장돼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 관세 전쟁과 동맹 압박 같은 ‘강압적 협상’이 반복될 때, 유권자는 경제적 손익 계산보다 “부족적 충성”으로 판단하게 되는가, 그리고 그 순간 민주주의는 어떤 장치를 잃는가?
    최근 보도 흐름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유럽 동맹을 향한 관세 위협을 시사했다가 철회하는 등, 압박과 후퇴를 오가며 국제 이슈를 국내 정치의 서사 자원으로 전유하는 양상을 보였다. [1]
    이 글의 관점으로 연결하면, 핵심 변수는 ‘백파이어 효과’가 아니라 ‘엘리트의 신호’와 ‘효과의 소멸(망각)’이다. 유권자가 당장의 경제 지표·정책 효과보다 지도자의 프레이밍을 따라가면, 민주주의의 견제 장치가 정책 성과 평가(성과에 따른 책임 추궁)에서 정체성 동원(편 가르기)으로 이동한다. 이 질문을 통해 깊게 봐야 할 것은 (1) 관세·전쟁 같은 고강도 이슈가 왜 “사실 검증”보다 “감정적 소속”을 더 강화하는지, (2) 언론·플랫폼·정당이 그 흐름에 어떤 이해관계로 결합하는지, (3) 시민이 공유 현실을 복원하기 위해 어떤 ‘마찰(friction)’과 ‘책임’의 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다.

[1]: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trump-tells-norway-he-no-longer-feels-obligation-think-only-peace-2026-01-19/ “Trump links Greenland threat to Nobel Peace Prize snub, …”

[2]: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6/jan/22/house-war-powers-resolution-trump-military-venezuela “House rejects resolution that would bar Trump from sending troops to Venezuela”

[3]: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2022/11/disinformation-and-russia-s-war-of-aggression-against-ukraine_8b596425.html “Disinformation and Russia’s war of aggression against …”

[4]: https://www.aljazeera.com/news/2026/1/21/trump-nixes-european-tariff-threats-over-greenland-after-nato-chief-talks “Trump drops tariff threat, says he won’t take Greenland by f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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