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ㅔ>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 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는 신나게 웃고 떠들고 같이 어울리는 모습 속에 떠올린다. 그렇지만 김재진 시인의 〈친구에게〉에 등장하는 친구는 차분하게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친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는 거창한 약속보다는 곁을 지켜주겠다는 소박하고도 단단한 친구의 진심을 담고 있다. 메마른 들꽃처럼 지쳐 있는 친구에게 개울이 되어주고, 어둠 속에서 고립된 친구에게는 모닥불이 되어주겠다는 비유가 참 다정하다. 상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춰 자신을 조용히 변화시키겠다는 시인의 태도에서 깊은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친구의 슬픔이나 고통을 묻거나 억지로 공감하지 않는다. 그저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되거나, 이별의 순간에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되겠다고 말한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한다면, 이제 친구로부터 가장 큰 미소로 위로를 받겠다고 한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행위가 베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곧 내게 위로가 되는 상호적인 관계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읽는 내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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