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봄소문”

2026년 02월 09일

봄소문

조태일


소문은 봄이라 들리지만
틀릴 때도 있단다,
아직은 봄이 아니다.

잘못 알고
사립문 빵긋 열고 나온
어린 것들아.

아직도
바람 끝이
차고 매섭구나.

피려는 꽃봉오리도
다시 오므라들지 않느냐.

폭풍한설 몰아치면
오기는 꼭 오는
봄이란다.

들어가서 안 오진 말고
옷을 더 껴입고 나오려무나
어린 것들아.

Image from Pixabay

‘어린 것들아’, 이 부름에서 따뜻한 봄 햇살같은 사랑이 느껴진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조태일 시인의 ‘봄소문’은 성급하게 봄을 맞이하려는 순진한 ‘어린 것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조언이다. 봄이 왔다는 소문만 듣고 설레어 하는 어린 존재들 (성급한 꽃봉오리, 나가 놀고싶은 어린아이들)에게 아직은 때가 아니니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한다.
“바람 끝이 차고 매섭구나”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겉으로 보이는 따뜻함 이면에 여전히 남아있는 겨울의 흔적을 걱정한다.

하지만 시인은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하지 않는다. “폭풍한설 몰아치면 오기는 꼭 오는 봄이란다”라고 말한다.
결국 시련 속에서도 찾아올 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이는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라는 따뜻한 격려처럼 들린다.
단순히 추위를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추위에 대비하고 다시 나와 세상을 마주하라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처럼 들린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옷을 더 껴입고 나올 준비를 하라는 당부처럼 들린다.

이 시는 조급해하지 않고 현재의 추위를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에 대한 더 큰 가치를 일깨워주는 듯하다.
이것을 생각하면 나도 아직 ‘어린 것들’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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