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침묵의 경계
“C’est une grande misère que de n’avoir pas assez d’esprit pour bien parler,
ni assez de jugement pour se taire”
말을 잘할 만큼의 재치도 없고,
침묵을 지킬 만큼의 판단력도 없다는 것은
커다란 비극이다.
– Jean de La Bruyère –
이 문장은 17세기 프랑스의 도덕주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장 드 라 브뤼예르(Jean de La Bruyère)가 남긴 역작 《사람들(Les Caractères)》의 ‘정신에 대하여(Des ouvrages de l’esprit)’ 장에 수록되어 있다. 브뤼예르는 루이 14세 시대의 귀족 사회와 인간 군상을 관찰하며, 인간 본성의 결함과 사회적 허영을 예리한 필치로 묘사한 인물이다.
이 문장은 인간의 지적 불균형이 초래하는 사회적 고립과 수치심을 다룬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유창함을 넘어 타인과 깊이 공명하는 예술적 행위이며,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철학적 절제다. 브뤼예르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커다란 비극’이라 명명하며, 준비되지 않은 언어가 얼마나 쉽게 영혼의 빈곤을 드러내는지 경고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 문장의 침묵이 오직 지적인 결핍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나 ‘판단력’의 부산물로 간주된다는 한계가 있다. 침묵은 때로 언어보다 더 강력한 소통의 도구이며, 말을 잘하지 못하는 이들의 서툰 진심이 화려한 수사학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을 ‘재치 있는 웅변가’ 혹은 ‘계산된 침묵가’로만 분류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다층적인 감정과 서툰 진심의 가치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격언은 우리에게 언어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빛나는 재치로 세상을 밝힐 수 없다면, 적어도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며 고요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성찰을 건넨다. 결국 지혜란 내가 언제 입을 열어야 할지, 그리고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할지를 아는 분별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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