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이 무서운 사랑’은 찰나의 순간을 반복을 통해 영원으로 바꾸는 사랑의 마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시간의 유한함을 포착한 시다.
오늘처럼 나른한 봄날 오후, 스마트폰조차 잊은 채 서로에게 몰입한 연인들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15초’라는 시간 동안에도 그들이 늙어가고, 소멸해 가며,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아직 차가운 봄바람같은 진실을 일깨운다.
처음에는 왜 사랑이 ‘무섭다’고 표현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시를 읽어 내려갈수록, 우리가 누리는 이 빛나는 순간들이 사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붕괴’와 ‘퇴색’의 과정 중 일부라는 사실에 가슴도 서늘해진다. 1초, 1초 흐르는 시간은 곧 우리 생의 깎임이며, 가장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조차 우리는 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음...어차피 모든 것이 사라질 운명이라면, 붕괴와 소멸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위대한 일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뿐인 것 같다. 15초라는 너무나 짧은 운명적 시간 속에서 터트리는 절정의 환희, 그 환희의 반복,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 시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무서우리만큼 짧은 우리의 생이기에, 지금 내 눈앞의 당신을 바라보는 이 15초가 그토록 찬란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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