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은 가지지…”

2026년 03월 16일

가진 것을 기뻐하는 마음

He is happily minded who grieves not for what he has not, but rejoices in what he has.

지혜로운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슬퍼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뻐하는 사람이다.

- 에픽테토스(Epictetus) -

Source: Pixabay

이 말은 했다고 알려진 에픽테토스(Epictetus)는 노예 출신의 그리스계 스토아 철학자이며, 그의 가르침은 제자 아리아노스(Arrian)가 기록한 《담화록(Discourses)》과 《엥케이리디온(Encheiridion, Manual)》을 통해 전해진다.

이 문장의 표현 내용은 단순하다. 없는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이미 있는 것의 가치를 알아보라는 말이다. 그러나 좀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것은 단순한 감사 일기식 권유가 아니라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훈련에 가깝다. 스토아 철학에서 문제는 외부 사물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마음의 습관이다. 결핍은 언제나 새로운 결핍을 낳고, 비교는 현재의 소유를 즉시 낡게 만든다. 이 문장은 풍요의 기준을 사물의 총량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와 사용 방식으로 옮겨 놓는다. 그래서 여기서의 “기뻐함”은 소비의 흥분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삶을 수용하고 다루는 능력에 가깝다.

그렇지만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말은 쉽게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결핍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의 감사 담론은 때때로 모든 문제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 환원하는 자기계발의 상투어가 되기도 한다. 가디언(The Guardian)의 한 기사도 감사가 긍정심리학과 자기계발에서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소비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이 문장을 현실의 가난, 차별, 박탈을 묵인하는 말로 읽으면 곤란하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를 통해 이 문장의 의미를 떠 올리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가디언(The Guardian)의 2026년 기사 “The one change that worked: When good things happen, I write them down – and it’s made me more optimistic”는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적어두는 습관이 결핍 중심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이 명언의 “가진 것을 기뻐하는 훈련”과 바로 이어진다. 또 로이터(Reuters)의 “‘There are just no words’: Oregon family returns home to find pile of ash”는 산불 뒤 잿더미가 된 집에서 남아 있는 작은 불상 하나를 붙들고 감사하는 가족의 장면을 전한다. 상실 이후에야 남은 것의 의미가 얼마나 선명해지는지를 보여주는 기사다. 가디언의 2013년 기사 “My family heirloom project”는 사람들이 물건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기억과 관계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을 다룬다. 소유의 양보다 소유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명언과 잘 어울린다.

결국 이 문장은 낙관주의의 문장이라기보다, 시선의 윤리에 관한 문장이다. 없는 것을 보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있는 것의 의미를 회복하라는 말이다. 그것은 체념과도 다르고, 무기력한 만족과도 다르다. 오히려 욕망을 정돈함으로써 삶의 감각을 되찾는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이 문장은 너무 쉽게 믿어도 위험하고, 너무 빨리 버려도 아쉬운 문장이다.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 한계를 알면서 읽을 때 오히려 더 오래 남는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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