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너를 만나는 놀라움

2026년 03월 28일

다시, 너를 만나는 놀라움

“However much I thought about Clarissa … a jolt of surprise.”

내가 클래리사를 얼마나 많이 생각했든, 그녀를 추억했든 기대했든, 다시 그녀를 경험하는 것은, 그녀의 촉감과 소리, 우리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감정, 대단히 동물적인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익숙함과 함께 항상 가슴 설레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 이언 매큐언(Ian McEwan), "견딜 수 없는 사랑(Enduring Love)" -

Source: Pixabay

이 문장은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소설 《견딜 수 없는 사랑(Enduring Love), 한정아 옮김, 복복서가, 2023》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작품은 조너선 케이프(Jonathan Cape)에서 1997년에 발표되었다.

이 책에서는 사랑을 감정의 선언이 아니라 재경험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 즉, 주인공과 클레리사의 사랑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이지만, 그 만남은 결코 완전히 반복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익숙함과 놀라움이 동시에 온다는 점이다. 대개 사람은 익숙한 것을 안정과 동일성으로 이해하지만, 매큐언은 오히려 오래된 사랑 속에서도 여전히 낯선 떨림이 살아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그는 그 사랑을 순전히 정신적인 유대가 아니라 촉감과 소리, 몸의 반응이 포함된 “동물적인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사랑을 저급하게 낮추는 표현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이 결국 몸을 가진 존재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드러낸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문장에서, 오래 함께한 사랑의 비밀은 기억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다시 만지는 일, 다시 듣는 일, 다시 같은 공기를 나누는 일이 있으므로 현재형이 된다. 하버드 헬스(Harvard Health)가 소개한 연구는 포옹, 손잡기, 기대기 같은 일상적 접촉이 관계 만족과 연결될 수 있다고 했고, 카네기멜런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연구 보도는 포옹이 친밀감의 지표이자 스트레스 완충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이 추상적 관념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기억을 동반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의 장기적 관계는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반복, 권태, 피로, 오해, 돌봄의 노동이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할 때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촉감과 친밀함이 편안함이 아니라 부담이나 상처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또 “동물적인 사랑”이라는 표현은 사람에 따라 지나치게 본능 중심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문장을 기억하는 이유는, 오래된 사랑이 반드시 무뎌짐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래 본 얼굴이 완전히 닳아 없어지지 않고, 어느 순간 다시 처음처럼 다가오는 경험은 분명 존재한다. 사랑은 새로움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익숙함만으로도 유지되지 않는다. 익숙해서 안심되지만, 여전히 놀라워서 살아 있는 감정. 그 두개의 감정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문장의 여운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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