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다.
전체적인 소감
재즈를 재즈라고 인지하면서 듣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았다. 그전에는 그냥 듣기 좋고 익숙한 노래이며 겨우 제목과 멜로디 정도만 기억했었다. 어느 날 마음과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들었던 노래들이 재즈라는 것을 문득 알게 되었다. 그 후 아침 시간에는 Eddie Higgins Trio의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재즈 피아노 곡으로 텐션을 높이고, 나른해지는 오후 시간에는 Dian Krall, Melody Gardot (Sunset in the blue, From Paris with love)등 여성 재즈 보컬의 노래를 들으며 가끔 졸기도 한다. 늦은 저녁 시간에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길 때는 Chet Baker, Bill Evans의 재즈 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또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 재즈는 노동요가 된다. 온종일 차분한 재즈를 BGM으로 틀어놓으면 맥박은 느려지고 호흡은 차분해져서 작업에 더욱 몰두하게 되어 식사시간도 잊을 만큼 웬만한 방해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내 생활에 스며든 재즈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서 재즈의 역사와 연주가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화와 함께 극 중에 들려주는 재즈와 연주자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재즈를 연결시켜주고 있다. 아울러 재즈의 시대적 흐름과 역할, 동시대 다양한 문화(영화, 디자인, 요리, 패션, 회화 등)와의 연결을 설명해주고 있다. 또 이 책은 재즈가 갖는 즉흥적인 자유로움의 가치와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혁신성을 보여주고, 때로는 치열하고 혹독한 자기 노력으로 최고가 되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음악, 쓰라린 상처와 고통을 위로해주는 치유의 음악이 되기도 함을 보여준다.
많이 듣지만 여전히 재즈를 잘 모른다. 음악도 잘 모르고, 연주자도 잘 모르고, 악기도 잘 모른다. 그렇지만 들려오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이런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 퍼져있는 재즈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조금 더 친근함을 느낀다.
1월 재즈를 들었을 뿐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것 같았다.
19 모든 것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요. 사랑과 마찬가지로.
Life is a lot like jazz.
It’s best when you improvise.
– George Gershwin
2월 어쩌면 틀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28 생각해 보면 삶이란 정말이지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49 기존과 다른 것을 생각해 보자고. 오직 그것만이 자신을 자신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말입니다.
If you’re not making a mistake,
it’s a mistake.
– Miles Davis
3월 떠날 수 없다면 사랑해 버리자
70~71 재즈에서 즉흥연주란 말 그대로 계획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즉각적으로 연주하는 행위입니다. <중략> …어느 정도의 예측가능성 안에서 새로운 사운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재즈의 카오스적 질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71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태도와 일관된 약속이나 규칙 안에서 정돈하는 태도가 공존해야 한다.
It isn’t where you came form,
it’s where you’re going that counts.
– Ella Fitzgerald
넥플렉스 다큐 <도시인처럼>
4월 어긋난 인연도 아름답다
89 지금 그에게 의미 있는 것은 시간의 선형적인 연속성이 아니라 동시적인 순간성입니다.
Jazz is not just music,
it’s a way of life, It’s a way of being,
a way of thinking.
– Nina Simone
5월 여기서 안주할지 더 물아붙일지
130 아주 잠깐이라도 침묵의 시간을 갖고 나면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침묵 속에서 얻은 그 울림은 제법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더군요.
An average band with a great drummer sounds great.
A great band with an average drummer sounds average.
– Buddy Rich
6월 때론 잔인한 계절을 지나야 한다
141 젊음은 늙음으로, 사랑은 이별로, 부모의 비극은 자식의 비극으로, 결국 삶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어떤 진실.
i don’t think any of us really knows why we’re here.
But I think we’re supposed to believe we’re here for a purpose.
– Ray Charles
7월 거짓 욕망에서 벗어나면 진짜 낭만이 찾아온다
159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가질 수 없는 것 혹은 이룰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 데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You can play a shoestring
if you’re sincere.
– John Coltrane
8월 세상에는 좀 더 많은 은유가 필요하다
185 겉으로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웬지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느끼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You’ve got to find a way of saying it
without sayint it.
– Duke Ellington
9월 : 환상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법
238 자유로운 형식, 에너지 넘치는 템포, 우연이 만들어 내는 조화를 받아들이는 방식 등 재즈를 설명할 때 동원되는 표현을 고스란히 잭슨 폴록의 그림을 묘사하는 말로 쓸 수 있을 만큼 그 둘은 미학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Sometimes it’s worse to win a fight
than to lose.
-Billie Holiday
10월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을 때
257 사랑에 빠지지 않았지만, 너무 외로워서 사랑에 빠진 것처럼 굴 수도 있겠죠. 당신은 어떤 때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구나요? 어쩌면 그 순간 진짜 나의 마음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Don’t play the saxophone.
Let it play you.
– Charlie Parker
11월 : 정답을 알아도 ‘글쎄요’라고 말하는 마음
291 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구조적인 것과 해체적인 것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에요. 체계 안에서 자유를 만들어 내고, 리듬과 논리듬이 뒤섞여 있는 것을 좋아해요.
Don’t play everythisng or every time;
let some things go by.
What you don’t play can be more important
than what you do.
– Thelonious Monk
12월 에필로그 : 누구에게나 재즈의 계절이 찾아온다
306 (재즈는) 단순하지 않으니 들어도 들어도 잘 모르겠고 새롭달까요?
생각 나누기
재즈가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사랑받고 영감을 주는 음악이다. “재즈의 계절”은 그 이유를 꾸준히 찾고 기록해온 시나리오 작가 김민주의 영감 에세이다. 영화, 회화, 디자인, 요리,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재즈 음악, 뮤지션에 관해 이야기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문 리버‘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재즈도 있고, 접해보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던 재즈와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는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기에, 재즈를 알지 못했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에 재즈를 들여놓을 수 있는가 하면, 재즈를 즐겼던 이는 재즈의 새로운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1 :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은 우연에서 시작됩니다.
<중략>
어느 겨울 프랑스 파리틀 여행하고 있던 스물두살의 제가 재즈 클럽 선셋 선사이드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쩌면 평생 재즈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그곳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나서 저는 호텔로 돌아와 일기를 썼습니다. 최근에 그 일기를 찾아보다가 거기에 적힌 ’충격을 받았다’는 표현을 보고 순간 유치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어요. 하지만 그게 제가 처음 재즈를 들으면서 느낀 가장 솔직한 심정 같아요. 연주를 하기 전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눈빛을 교환하며 템포를 맞추던 뮤지션들의 모습, 화려한 악기와는 달리 소박한 옷차림, 공연 내내 연주에 집중하던 관객들의 표정, 솔로 즉흥연주가 끝날 때마다 터져나오던 박수 소리,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무대 주변을 구경하러 갔다가 보게 된 코드만 적혀 있는 허술한 악보, 벽에 걸린 흑백 사진 속 이름 모를 재즈 뮤지션들의 몰입한 표정들. 그곳에서 보고 들은 사소한 모든 것들이 제 몸 안으로 세차게 부딪치며 달려들어 왔습니다.(p12~13)”
Q2 : 우리는 살면서 “충격을 받았다”는 느낌을 많이 겪게 되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 특히 여행 중의 우연히 마주친 이러한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여행 중에 또는 일상 중에서 우연히 나에게 큰 충격을 준 일은?
“한 남자가 있어요. 원래 그의 꿈은 사랑과 모험을 찾아 (모터사이클을 타고) 남미를 유랑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의 현실은 딴판이죠. (대리석 식탁에서 랍스터를 먹고), 좋은 직장, 멋진 아내, (필요한) 모든 걸 가졌지만 그에겐 무의미할 뿐입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닌 행동 속에 있죠.(Happiness is in the doing, right? not getting what you want.) (p88)”
Q3 : 사회적 성공, 경제적 풍족함, 안정적인 가족관계 등은 누구나 갖기 원하는 행복의 조건이다.
영화(비포 선셋)의 대사에서 나오지만, 이와 같은 소유가 아닌 행동 속에서 찾은 행복의 경험은?
“첫번째 질문입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풍족하게 아흔 살까지 살았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삶? 아니면 재즈 색소 포니스트 찰리 파커처럼 술과 마약에 찌들어 요절하더라도 전 세계인 모두가 기억해 주는 삶?
두 번째 질문입니다. 어떤 사람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까?
당신이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없을 거라며 한계를 긋지만,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의 가르침? 아니면 당신이 얼마든지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믿지만 그 대신 지독한 욕설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이의 가르침? (p113)”
Q4 :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변은?
요즈음 “남들을 따라가는 유행보다는 자기만의 개성을, 수동적으로 부여받는 규칙보다는 스스로 원칙을 세우는 자유를, 계획과 계약으로 얻는 안정적인 삶보다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즉흥적인 모험을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들.”(p302)을 발견한다.
“재즈에서 즉흥연주란 말 그대로 계획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즉각적으로 연주하는 행위입니다. <중략> …어느 정도의 예측가능성 안에서 새로운 사운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재즈의 카오스적 질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p70, 71)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태도와 일관된 약속이나 규칙 안에서 정돈하는 태도가 공존해야 한다. (p71)”
Q5 : 즉흥연주와 같은 삶, 즉흥적인 모험을 선택하는 삶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Q 6: 여기에 소개된 영화나 또는 좋아하는 재즈가 있다면 무엇이며 연결된 이야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