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니면 어쩌면…”

2025년 08월 04일

“Make visible what, without you, might perhaps never have been seen.”
– Robert Bresson
“당신이 아니면 어쩌면 결코 보이지 않았을 것을 보이게하라.”
– 로베르 브레송

이 인용문은 프랑스의 영화감독, 로베르 브레송(1901~1999)의 저서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Notes sur le cinématographe, 1975)에 나온 문장이다. 로베르 브레송은 영화적 미니멀리즘과 절제된 표현을 추구한 영화계의 거장이다. 감정적 과잉을 배제하고 간결하며 함축적인 영상미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영혼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소매치기』(1959), 『당나귀 발타자르』(1966)가 있다.

이 명언은 창작자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이미지, 그리고 감춰진 진실이 존재하지만, 이를 발견하고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바로 개인의 독특한 시선과 창조적 행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브레송은 이를 통해 창작이 단순히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숨어 있던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한다.
오늘날 정보와 콘텐츠가 과잉 생산되는 시대에 이 명언은 더욱 특별한 울림을 가진다. 누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는 것이 진정한 창의성이다. 개개인의 독창성과 감각적 섬세함이 아니면 묻혀버릴지도 모르는 작은 것들을 발견하고 세상 앞에 내놓는 것, 이것이 바로 브레송이 말하는 창조자의 사명이자 예술가의 존재 이유다.
이는 영화나 예술뿐 아니라, 디자인, 건축, 도시 공간 구성과 같이 현대적 감수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평범한 공간 속에서도 색채, 빛, 형태의 미묘한 차이를 포착하고 그 아름다움이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 혹은 사회적 이슈와 같이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주제를 주목하게 하는 것도 이 명언이 강조하는 ‘드러내기’의 현대적 의미라 할 수 있다.
자신만이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용기 있게 드러내는 과정이야말로 창조적 삶의 진정한 가치다. 브레송은 우리 각자가 가진 고유한 시선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특별한 눈을 가진 개인의 작은 용기임을 상기시킨다.

[참고 : “나는 대리석 속에서 천사를 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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