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밤에 익은 애인들이 물가에 모여서
길수록 외로워지는
긴 이야기들을 하다간…… 밤이 깊어
장미들이 잠들어버린 비탈진 길을
돌아들 간다.
마침내 먼 하늘에 눈부신 작은 별들은
잊어버린 사람들의 눈
무수한 눈알들처럼 마음에 쏟아지고
나의 애인들은 사랑보다 눈물을 준다.
내일이 오면 그날이 오면
우리 서로 이야기 못한 그 많은 말들을
남긴 채
영 돌아들 갈 고운 밤
나의 애인들이여
이별이 자주 오는 곳에 나는 살고
외로움과 슬픔을 받아주는 곳에 내가 산다.
무더운 여름
밤이 줄줄줄 쏟아지는 물가에서
이별에 서러운 애인들이 밤을 샌다.
별이 지고
별이 뜨고.
이 시를 읽으니, 여름밤 특유의 공기가 바로 느껴진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도, 강이나 호숫가 같은 물가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예전의 모습이 그려진다.
덥지만, 어둠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괜히 더 깊어지고, 더 감상적으로 흐르는 것 같다. “길수록 외로워지는 긴 이야기”라는 표현이 딱 그런 여름밤의 기분을 잡아준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마치 오래전에 잊어버린 사람들의 눈빛처럼 반짝거리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다.
마지막에 “별이 지고 별이 뜨고”라는 반복이 여운을 남긴다. 마치 여름밤의 모임이 끝나도, 별과 이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읽고 나면, 괜히 개울가에 발 담그고 앉아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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