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무더운 여름밤”

2025년 08월 01일

무더운 여름밤

조병화

무더운 여름밤 밤에 익은 애인들이 물가에 모여서 길수록 외로워지는 긴 이야기들을 하다간…… 밤이 깊어 장미들이 잠들어버린 비탈진 길을 돌아들 간다. 마침내 먼 하늘에 눈부신 작은 별들은 잊어버린 사람들의 눈 무수한 눈알들처럼 마음에 쏟아지고 나의 애인들은 사랑보다 눈물을 준다. 내일이 오면 그날이 오면 우리 서로 이야기 못한 그 많은 말들을 남긴 채 영 돌아들 갈 고운 밤 나의 애인들이여 이별이 자주 오는 곳에 나는 살고 외로움과 슬픔을 받아주는 곳에 내가 산다. 무더운 여름 밤이 줄줄줄 쏟아지는 물가에서 이별에 서러운 애인들이 밤을 샌다. 별이 지고 별이 뜨고.
Image from Pixabay

이 시를 읽으니, 여름밤 특유의 공기가 바로 느껴진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도, 강이나 호숫가 같은 물가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예전의 모습이 그려진다.
덥지만, 어둠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괜히 더 깊어지고, 더 감상적으로 흐르는 것 같다. “길수록 외로워지는 긴 이야기”라는 표현이 딱 그런 여름밤의 기분을 잡아준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마치 오래전에 잊어버린 사람들의 눈빛처럼 반짝거리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다.

마지막에 “별이 지고 별이 뜨고”라는 반복이 여운을 남긴다. 마치 여름밤의 모임이 끝나도, 별과 이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읽고 나면, 괜히 개울가에 발 담그고 앉아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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