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희 “사는 법”

2025년 07월 10일

살다가
사는 법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멈춰 선 채

달리 사는 법이 있을까 하여
다른 길 위에 마음을 디뎌 보노라면

그 길을 가는 사람들도 더러는
길을 멈춰 선 채
주름 깊은 세월을 어루만지며

내가 지나온 길 위에
마음을 디뎌 보기도 하더라

마음은 그리 하더라

이 시는 삶의 길 위에서 마주하는 ‘멈춤’의 순간, ‘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건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갖는 순간을 담담하게 그린다. 망설임에 순간. 다른 이의 길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순간.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길이 더 이상 곧게 뻗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잠시 발을 멈추고, 이 길이 맞을까, 다른 길이 더 좋은 길일까를 묻는다. 그래서 마음을 다른 길 위에 살짝 올려놓아도 보지만, 그곳의 사람들 또한 제 길에서 잠시 멈춰 서 있다. 그들도 세월의 깊은 주름을 매만지며,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이 멈춤은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삶이 속삭이는 작은 숨고르기다.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지만, 그 순간, 시간은 흐르되 마음은 잠시 쉬게 된다. 서로 다른 길의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다리가 있다. 같은 생각으로 멈춰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공감’이 아닐까.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달리는 법만 가르친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지혜는, 멈춰 서서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을 길을 잇는 마음의 시간을 갖는 데 있다. 그 멈춤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어루만지고, 타인의 길을 이해하며, 다시 믿음을 갖고 걸음을 떼는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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