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복 “인생”

2025년 07월 29일

어차피 살아야 할 인생이라면
눈물 같은 소주를 마시며
잠시 슬픔과 벗할지언정
긴 한숨은 토하지 않기로 하자

아롱아롱 꽃잎 지고서도
참 의연한 모습의
저 나무들의 잎새들처럼
푸른빛 마음으로 살기로 하자

세월은 훠이훠이 잘도 흘러
저 잎새들도 머잖아 낙엽인 것을

– 정연복 “인생”

이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슬픔과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담담하게 전하는 것 같다.

첫 연에서 시인은 “눈물 같은 소주를 마시며 잠시 슬픔과 벗할지언정 긴 한숨은 토하지 않기로 하자”라고 말한다. 인생에는 누구나 힘든 순간이 있지만, 그 순간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결심이 느껴진다. 잠시 슬픔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슬픔이 우리의 전부가 되지 않게 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 번째 연에서는 꽃잎이 떨어진 후에도 푸르게 남아 있는 나무 잎새를 비유로 사용한다. 꽃이 지면 많은 이들이 그 나무가 쓸쓸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무는 여전히 잎을 지니고, 의연하게 서 있다. 시인은 이를 우리 인생에 빗대어, 화려했던 시절이 지나도 푸른 마음, 즉 긍정적이고 당당한 마음을 잃지 말자고 말한다. 찬란했던 지난 봄날에 매달려 있기보다는 다가올 시간들을 준비하는 자연의 모습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감탄을 넘어서, 우리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세월은 훠이훠이”라는 표현으로 부드럽고도 빠르게 묘사한다. 나무 잎새도 결국 낙엽이 되듯, 우리 인생 역시 언젠가 끝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시인은 이를 슬프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변화와 끝이 있기에 현재의 모습이 더 소중하고, 그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 숨어 있다.

이 시를 읽으며 느껴지는 가장 큰 교훈은 ‘삶에 대한 태도’다. 우리는 모두 슬픔과 기쁨, 시작과 끝을 겪는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마음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힘든 순간에도 잠시 숨을 고르고, 찬란한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푸른빛 마음을 되살리는 다짐이 이 시 속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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