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들은 어쩌면 시계에서…”

2025년 08월 25일

« Les jours sont peut-être égaux pour une horloge, mais pas pour un homme. »
– Marcel Proust

“날들은 어쩌면 시계에에서 모두 같겠지만,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
– 마르셀 프루스트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속 구절. 프루스트는 시간과 기억, 감각과 삶의 불균형을 섬세하게 탐구한 프랑스의 대표적 소설가다.

이 문장은 시간이라는 객관적 흐름과 인간이 체험하는 주관적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시계의 바늘은 균일하게 움직이며 모든 날을 동일한 단위로 나눈다. 그러나 인간에게 하루는 기쁨, 고통, 기다림, 사랑, 상실 등으로 물들어 결코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프루스트는 이 불균형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한다. 어떤 날은 한순간에 지나가지만, 또 어떤 날은 영원히 머무는 듯하다. 기억은 특정 순간을 붙잡아 시간을 늘이고, 슬픔이나 지루함은 시간을 무겁게 만들며, 반대로 환희나 몰입은 시간을 잊게 한다.
오늘날에도 이 구절은 데이터와 시스템은 시간을 평등하게 기록하지만, 인간의 내면은 그것을 다르게 경험한다. 하루는 단순한 24시간이 아니라, 살아낸 감정의 무늬와 경험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을 가진다.
결국 이 문장은 시간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묻는다. 시계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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