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쓸 수 있는…”

2025년 09월 23일

“The most valuable thing a man can spend is time.”
– Theophrastus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은 시간이다.”
– 테오프라스토스

이 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Theophrastus, 기원전 371~287)가 남긴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제자이자 리케이온(Lyceum)의 두 번째 교장이었다. 그는 식물학, 윤리학, 성격 연구 등에서 큰 업적을 남겼고, 특히 삶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잠언들로도 유명하다.

이 문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물건이나 재산은 잃어도 다시 모을 수 있지만, 시간은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테오프라스토스는 시간을 가장 귀한 자원으로 보았다. 우리가 어디에 시간을 쓰느냐는 곧 삶의 우선순위를 드러내고, 그것이 결국 우리의 삶의 품질을 결정한다. Big Think에 게재된 글 “Time is money? No, time is far more valuable”은 바로 이 지점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돈은 언제든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소멸적이고 비가역적인 자원이다. 한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인생을 어떻게 살았느냐로 기록된다는 것이다. 테오프라스토스의 경구와 마찬가지로, 글은 ‘시간을 돈처럼 단순한 교환 가치로 보지 말고, 그보다 훨씬 더 큰 자산으로 존중하라’고 말한다. 이는 곧 시간을 무엇에 쓰느냐가 우리의 삶을 정의한다는 철학적 메시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 역시 같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는 자연 속에서 단순한 생활을 하며, 시간 낭비가 없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 강조했다. 물질보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곧 자유의 본질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을 자유로운 내 의지에 의해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 스스로를 위한 사색, 기쁨과 배움에 쓰는 일은 단순한 ‘시간 사용’이 아니라,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근본적 행위가 된다. 내 자유와 가치 판단에 따라 시간을 쓰는 일은 곧 자기 삶을 존중하는 일이다.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에서 “시간은 우리가 익숙히 생각하듯 균일하게 흐르는 강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리학적 차원에서 시간은 상대적이며, 우리의 인식과 기억,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실체를 갖는다. 즉 우리가 느끼는 ‘흘러가는 시간’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경험을 꿰어내는 방식일 뿐이라고 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시간은 단순히 외부에서 주어진 자원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고 살아내며 만들어가는 자산이다. ‘가장 귀한 것’이라는 말은, 바로 우리가 그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 순간은 강물처럼 흘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영원히 우리 안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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