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고난을 견뎌라…”

2025년 10월 12일

“Endure the hardships of your present state, live, and reserve yourselves for better fate.”
– Virgil, 『Aeneid』
“지금의 고난을 견뎌라. 살아남아라. 그리고 더 나은 운명을 위해 너 자신을 남겨두어라.”
– 베르길리우스(Virgil), 『아이네이스(Aeneid)』

이 문장은 로마의 서사시인 푸블리우스 베르길리우스 마로(Publius Vergilius Maro, 기원전 70~19년)의 대표작 『아이네이스(Aeneid)』에 등장한다. 이 구절은 제1권(Book I)에서, 트로이 전쟁에서 패한 뒤 폭풍 속에 좌초한 아이네아스(Aeneas)가 동료들을 격려하며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원문은 라틴어로 다음과 같다.

Durate, et vosmet rebus servate secundis.
(Aeneid, I.207)

직역하면 “견뎌라, 그리고 스스로를 더 나은 때를 위해 지켜라.”는 뜻이다. 이 문장은 트로이 멸망 이후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베르길리우스의 인간적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문장은 절망의 순간에 던져진, 그러나 놀라울 만큼 조용한 희망의 언어다. ‘견뎌라(Durate)’라는 한 단어는 단순한 인내를 넘어 생존의 의지를 명령한다. 그것은 폭풍에 휘말린 배 위에서 흔들리는 불씨를 감싸 쥐는 손과 같다. ‘스스로를 지켜라(Servate vosmet)’는 말은 외부의 구원이 아니라 내면의 회복력을 가리킨다. 그리고 ‘더 나은 때(rebus secundis)’는 단순한 운명의 호전이 아니라, 시련을 통과한 자만이 맞이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암시한다.

아이네아스의 말은 개인의 고난뿐 아니라, 문명 전체의 재건을 향한 예언이기도 하다. 트로이의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세계의 씨앗을 품은 이 말은,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의 언어로 남는다.

오늘의 우리에게도 이 구절은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좌절하는 상황의 한가운데서 “견뎌라”라는 단어는 체념이 아니라 명령으로 다가온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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