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사람의 일”

2025년 10월 13일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 천양희 “사람의 일”

이 시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외로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사람 사이의 일’로 노래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일’은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비롯해서, 사람이 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의무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사람의 일’ 또한 삶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 역시, 그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의 노동, 의미라고 한다.

결국 ‘사람의 일’이란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치고, 다시 기다리는 일.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연속의 파도처럼 우리를 밀어붙인다. 시인은 이 반복 속에서 고통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통이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유일한 흔적임을 받아들인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는 구절은 잔인할 만큼 솔직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침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 다시 사람을 향해 걸어간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사람의 일’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고통스럽게 들리다가, 바로 이어서 반전을 말한다. 고독으로 뼈아프고, 이별로 속이 쓰리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기다린다’는 말은 포기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의 언어다. 우리는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손을 내밀고, 외로움 속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인간으로서의 숙명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삶은 슬픔과 희망, 고통과 사랑이 서로 뒤엉켜 있는 감정의 순환 구조 속에 있다.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라는 이 시의 구절처럼, 인간은 서로에게 상처이자 위로가 된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은 나에게 위로도 필요하지만, 순간 순간 타인을 만나며 살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오늘 나는 누구를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0개의 댓글

댓글을 제출하세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