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사랑하는…”

2025년 10월 20일

“Only those who love the moment possess eternity.”
– Johann Wolfgang von Goethe
“순간을 사랑하는 자만이 영원을 가진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 문장은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 소설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사상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정확히 같은 문장이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Faust), 이탈리아 기행(Italienische Reise), 서동시집(West-östlicher Divan)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괴테의 인생 철학 – 즉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자가 영원을 산다’는 사상 – 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구절은 괴테의 시집과 서신, 특히 1825년 무렵 그의 친구 에커만(Johann Peter Eckermann)과의 대화록 Conversations with Goethe 속에서도 유사한 맥락으로 언급된다. 괴테는 “Every situation – nay, every moment – is of infinite worth; for it is the representative of a whole eternity.(모든 상황 – 아니, 모든 순간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영원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로 보아, 본 문장은 그의 철학을 압축한 현대적 번안으로 이해된다.

이 문장은 ‘순간(moment)’과 ‘영원(eternity)’이라는 대립된 시간 개념을 연결한다. 괴테는 인간이 진정으로 ‘현재’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살아 있을 때, 그 순간 자체가 이미 영원함을 품는다고 보았다. 즉, 영원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한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삶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과거의 회한이나 미래의 불안을 내려놓고, 순간 속에서 ‘존재의 빛’을 느끼는 행위 – 그것이 바로 영원을 소유하는 일이라고 괴테는 말한다.

이 말은 일종의 시간 철학이다. 인간은 과거를 되돌릴 수도, 미래를 확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찰나의 감정과 존재를 사랑할 때, 시간의 흐름이 멈추고 삶이 가장 깊은 곳에서 ‘영원’의 문턱을 스친다. 이때의 사랑은 낭만적 사랑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대한 사랑’, 즉 존재에 대한 긍정이다. 삶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모든 순간은 사라진다. 그러나 괴테는 그 사라짐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순간을 붙잡으라고 말한다.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순간은 기억 속에서 빛처럼 남아 영원히 살아 있게 된다. 즉, 영원은 무한히 이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찰나에 머무는 깊이의 다른 이름이며 누군가의 미소, 노을의 빛, 책장을 넘기는 손끝의 감촉 – 그런 사소한 순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영원의 감각을 가진다는 뜻이리라.

따라서 괴테가 말한 ‘영원을 소유한다’는 것은 시간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머루게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일상 속의 사소하고 작은 순간 – 반짝이며 물드는 나뭇잎, 빗소리, 재즈피아노의 자유로운 음율, 커피 향, 아침 햇살, 낯선 이의 인사 – 속에서 이 영원의 감각을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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