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not spoil what you have by desiring what you have not; remember that what you now have was once among the things you only hoped for.”
– Epicurus, Letter to Menoeceus
“지니지 못한 것을 바라다가 지금 가진 것을 잃지 말라. 지금 네 곁에 있는 것들도 한때는 간절히 바라던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이 문장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가 남긴 서신 모음 중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Menoeceus)」에서 인용된다. 이 서신은 행복, 욕망, 평온한 삶의 조건을 설명하는 그의 핵심 윤리학 문서를 대표한다.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41년 사모스(Samos)에서 태어났고, 아테네(Athens)에 ‘정원(The Garden)’이라 불린 철학 공동체를 세워 절제된 쾌락과 정신적 평온(아타락시아, ataraxia)을 강조했다.
이 문장은 욕망이 만든 그림자를 걷어내고, 이미 두 손 안에 들어온 삶의 선물을 다시 바라보라고 말한다. 인간은 늘 결핍을 기준으로 자신을 측정한다. 손에 없는 것을 바라보며 현재를 축소하고, 이미 이루어낸 것들의 빛을 스스로 가린다.
에피쿠로스는 그 흐림을 멈추라고 말한다. 지금의 집, 지금의 일, 지금의 인간관계, 지금의 일상을 한때는 도달하기 힘든 미래의 희망으로 여겼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욕망이 만든 갈증이 우리를 흔들면, 삶은 늘 부족한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이미 이뤄낸 순간들을 바라보면, 부족함은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가고 감사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이 말은 ‘체념’이 아니라, 욕망의 발걸음을 조절하는 지혜에 가깝다. 욕망을 완전히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욕망이 현재의 행복을 삼키지 못하도록 호흡을 가다듬으라는 뜻이다. 과거의 희망이 현재의 실재가 되었음을 기억하면, 삶은 잔잔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말은 오래된 창문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내는 것처럼 들린다. 욕망은 늘 창밖 저 멀리를 바라보게 만든다. 더 크고, 더 빛나고, 더 멀쩡한 무언가를.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리면 지금의 작은 방에도 햇빛이 스며들고, 그 빛은 어쩌면 오래전 우리가 꿈꾸던 풍경이다.
에피쿠로스는 그 빛을 잊지 말라고 속삭인다. 손안의 따뜻함을 먼저 바라볼 때, 마음은 서서히 제 온도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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