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홍 “행복 찾기”

2025년 12월 13일

행복 찾기

– 전석홍 –

미처 몰랐었네
그것이 행복인 줄을
하루치 땀방울 흠뻑 쏟아내고
둥지 들어 도란도란 어둠을 사를 때

지금 발 디딘 여기 이 자리
하찮은 일상에서 흐뭇함을 느낄 때
이 순간이 행복인 것을

뜬구름 잡으려 헤매는 무리들
오늘도 빈 하늘만 찾아 떠도네

가진 것 크든 작든
자리 높든 낮든 아무 상관없는 일
행복은 언제나
이름표도 색깔도 없이

지금 나 있는 여기
이 순간을 나그네로 서성이고 있네.

전석홍 시인의 ‘행복 찾기’를 읽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늘 행복을 찾아 어딘가 먼 곳을 헤매곤 하지만, 시인은 그 파랑새가 바로 우리 집 처마 밑에 있었다는 사실을 뚝 던진다.

첫 연에서 “미처 몰랐었네 그것이 행복인 줄을”이라고 고백하는 대목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루 종일 흘린 땀방울을 씻어내고 가족이라는 둥지로 돌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어둠을 밝히는 시간. 그 지극히 평범하고 안온한 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장 빛나는 행복이었음을 깨닫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시인은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시의 핵심은 “지금 발 디딘 여기 이 자리”, 그리고 “하찮은 일상”에 있다. 거창한 성공이나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문득 느껴지는 흐뭇함이 바로 행복의 실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뜬구름”을 잡으려 허공을 헤매고, 빈 하늘만 바라보며 살아간다. 시인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질책보다는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가진 것의 크기나 자리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행복에는 “이름표도 색깔도 없다”는 통찰은 깊은 울림을 준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 어떤 조건도 없이 현재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진리다.

마지막 연에서 “지금 나 있는 여기 이 순간을 나그네로 서성이고 있네”라는 고백은 긴 여운을 남긴다. 머리로는 행복이 지금 여기에 있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낯선 이방인처럼 현재를 서성이는 우리네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릿하다. 이 시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발밑을 내려다보라고,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이 바로 지금 당신 곁에서 숨 쉬고 있다고 조용히 속삭여주는 따뜻한 위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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