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안도현 –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푸른숲) 중.
흰 눈을 듬뿍 뒤집어쓴 채 추위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매화나무의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시인은 그 가녀린 떨림을 단순히 추위에 떠는 것으로 보지 않고, 다가올 봄에 꽃을 피워내기 위한 치열한 준비 과정으로 바라본다. 마른 가지 끝에서 일어나는 그 작은 진동이 한겨울의 적막을 깨우며 생명의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은 무척이나 경건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눈물겹다는 표현 속에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다. 차가운 눈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제 안의 온기를 모아 꽃을 꿈꾸는 나무의 마음은, 우리가 소중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인고의 시간과 닮아 있다. 사랑 역시 화려하게 피어난 순간보다, 그 결실을 위해 묵묵히 시련을 견디며 다가오는 느린 발걸음 속에 참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사랑과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토록 더디고 애달프지만, 결국 그 떨림은 붉거나 하얀 꽃송이로 피어날 것임을 믿게 된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전해지는 이 시의 문장들은 마치 따뜻한 위로의 편지처럼 다가와, 지금 힘겨운 시간을 지나는 내 마음을 다독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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