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자가 앞 못 보는…”

이 시대의 비극


“‘Tis the times’ plague,
when madmen lead the blind.”

미친 자가 앞 못 보는 자를 이끄는 것,
이것이 이 시대의 비극이다.

– William Shakespeare, King L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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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집필한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 왕(King Lear) 제4막 1장에 등장한다. 글로스터(Gloucester) 백작이 두 눈을 잃고 절망에 빠진 채, 미친 척하고 있는 아들 에드거(Edgar)에게 길 안내를 맡기며 읊조리는 대사다.

이 문장은 이성이 마비된 세계가 처한 참담한 현실을 비유한다. 여기서 ‘미친 자’는 광기에 사로잡힌 권력이나 분별력을 잃은 지도자(요즘, 여기저기 넘쳐난다!)를 의미하며, ‘앞 못 보는 자’는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하는 무력한 대중을 상징한다.

폭풍우 치는 황야에서 모든 것을 가진 거인이 미치광이의 손에 이끌려 벼랑 끝으로 향하는 모습은, 질서가 붕괴된 현대 세상의 서글픈 초상화와 같다. 그러니 이 비극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정치 리더가 과연 온전한지, 혹시 우리 스스로가 눈을 감아버린 채 미친자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든 자마저 길을 잃었을 때, 그 뒤를 쫓는 발걸음은 고독하고도 위태로운 무용(舞踊)이 된다.

이 문장을 단순히 ‘타인에 대한 비난’이나 ‘정치적 혐오’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를 무조건적인 비관론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와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만났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결함을 경계하는 경고등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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