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녕 “어느 시간 앞에서”

2026년 02월 05일

어느 시간 앞에서

이효녕

구름으로 흐르는 그리움
오늘 일을 잠시 빈방에 가두고
스쳐 지나는 파란 바람 부는 날
눈가에 맴도는 흐릿한 잠을
별빛에 흩어 놓습니다

많은 날이 지나도
끝날지 모르는
하늘빛 물든 바람
마음의 갈피마다
하얀 눈으로 조금씩 쌓이는 추억

가슴에 남긴 그리움 어쩔 수 없어
그대 생각으로 나를 지우고 싶은 날은
마음의 동그라미에 살 붙여진
추억 어린 시간 위로 걸어갑니다

추운 겨울 거의 보내고
아직 남은 천길 만길 하얀 길 위로
힘들게 피어나려는 봄꽃이
바로 그대 앞에 고개 들고 있습니다
Source: Pixabay

차가운 겨울 끝자락에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설렘과 애틋함이 전해지는 시이다.

시인은 일상의 분주함을 ‘빈방에 가두고’ 오로지 그리움에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파란 바람이 불고 별빛이 흩어지는 밤, 마음의 갈피마다 하얀 눈처럼 쌓인 추억을 조심스레 들춰보는 모습이 참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특히 ‘그대 생각으로 나를 지우고 싶은 날’이라는 표현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이 시는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천길 만길 먼 길을 지나 마침내 고개를 드는 봄꽃처럼, 시련을 견디고 피어나는 사랑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추운 겨울을 다 보내고 그대 앞에 피어날 준비를 마친 꽃처럼, 우리 마음속의 그리움도 결국 환한 봄으로 피어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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