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신현림 “사랑이 올 때”

사랑이 올 때 신현림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 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Source: Pixabay 분홍빛 봄바람같은 시. 이 시는 다가올 이별이나 소멸을 미리…

조태일 “봄소문”

봄소문 조태일 소문은 봄이라 들리지만 틀릴 때도 있단다, 아직은 봄이 아니다. 잘못 알고 사립문 빵긋 열고 나온 어린 것들아. 아직도 바람 끝이 차고 매섭구나. 피려는 꽃봉오리도 다시 오므라들지 않느냐. 폭풍한설 몰아치면 오기는 꼭 오는 봄이란다. 들어가서 안 오진 말고 옷을 더 껴입고 나오려무나 어린 것들아. Imag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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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꼭”

꼭 김정화 우리 가게에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은 늘 손을 꼭 잡고 언제나 둘이 붙어다닌다. 셈을 마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다”고 혼잣말한다. 꽃을 보면 꼭 꽃을 닮고 싶고, 구름을 보면 꼭 구름에 닿고 싶고. 사랑을 보면 꼭 사랑을 담고 싶다. Image from Pixabay ‘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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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녕 “어느 시간 앞에서”

어느 시간 앞에서 이효녕 구름으로 흐르는 그리움 오늘 일을 잠시 빈방에 가두고 스쳐 지나는 파란 바람 부는 날 눈가에 맴도는 흐릿한 잠을 별빛에 흩어 놓습니다 많은 날이 지나도 끝날지 모르는 하늘빛 물든 바람 마음의 갈피마다 하얀 눈으로 조금씩 쌓이는 추억 가슴에 남긴 그리움 어쩔 수 없어 그대 생각으로 나를 지우고 싶은 날은 마음의 동그라미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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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아침 문안 인사”

아침 문안 인사 간밤 잘 주무셨어요? 오늘이 약속처럼 또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마음 다해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마음을 다해 당신과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그래야 오늘 하루도 뭔가를 해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균형을 맞추는 일, 어렵지만 해보려고 합니다 애쓰는 맘 알아주시길 그러나 힘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죠 그러니 이 맘에도 반작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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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함민복 Image by Pixabay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는 당신의 심장.이 표현은 우리가 아무리 서로를 힘껏 끌어안아도 결코 마주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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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첫사랑”

첫사랑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을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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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섬”

섬 함민복 물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함민복 시인의 <섬>을 읽으면 사물을 보는 시인의 눈에 감탄하게 된다. 나 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섬은 파도에 고립되고 물에 단절된 장소로 흔히 떠올리지만, 시인은 오히려 ‘물울타리’라는 평범하며 친숙한 표현을 통해 새롭게 섬을 바라보게 만든다. 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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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친구에게”

친구에게 김재진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 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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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기 “깊어가는 겨울”

깊어가는 겨울 점점 더해가는 추위 소한 지나 대한으로 가고 하얀 눈이 오다 바람에 어니 미끄러운 빙판길 서둘러 서산에 해지고 겨울 달은 싸느란데 성에꽃 들창 너머로 보일 듯 말듯한 손짓 옛 기억에 그리움이 싹터 추억 열매를 매만진다 찬바람이 심술궂게 전깃줄을 건드리면 주고받던 사랑의 밀어 들리는 듯 어디서 무얼 하는지 만났다 헤어진 사람 밤공기가 차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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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엔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끼리 만난다. 그래서 눈 오는 날엔 사람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경우가 많다. 눈 오는 날엔 그래서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 이정하,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중 – Image from Pixabay 눈이 내리면 세상은 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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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거든 누구를 탓하지 말거라 이미 생긴 일이거늘 어찌 하겠느냐 살다가 울 일이 생기거든 누구를 원망 말고 실컷 울어보아라 울고 나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않겠는가 살다가 이별할 일이 생기거든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인연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것 살다가 사랑할 일이 생기거든 밀고 당기는 시간을 줄이거라 사랑의 실타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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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겨울에”

겨울에 마음 산란하여 문을 여니 흰눈 가득한데 푸른 대가 겨울 견디네 사나운 짐승도 상처받으면 굴속에 내내 웅크리는 법 아아 아직 한참 멀었다 마음만 열고 문은 닫아라. – 김지하 – 김지하 시인의 「겨울에」는 마음의 소란스러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밖을 내다본 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삶의 깊은 지혜를 건네준다. 시의 첫머리에서 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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