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area of life in which we more depend on chance encounters than in love.”
-Alain de Botton
삶에서 사랑만큼 우연한 만남에 더 크게 의존하는 영역은 없다.
(한글번역서 :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이 글은 1993년 첫 출간된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의 첫 문장이다. 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미 내 지난 연애들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은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비행기 옆 좌석에 누가 앉느냐에 달린 일이라는 걸 알랭 드 보통이 너무 쿨하게 들춰낸다.
이 문장은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계획과 의지보다 예기치 못한 우연, 즉 운명의 만남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직업, 우정, 학문, 성취는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해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다르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듯 마주친 얼굴, 우연히 잡은 자리에 앉은 카페, 예기치 않게 겹친 일정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랑이 더 재미있고 흥미롭지 않은가.
현대 사회는 데이터 기반 매칭 앱이나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사랑조차 효율적으로 관리하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의 본질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힘에 남아 있다. 오히려 이 불확실성이 사랑을 낭만적으로 만든다. 계획 불가능한 우연이 삶에 불빛을 던지고, 그 불빛 속에서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새롭게 알게 된다.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Boris Vian)은 아내 미셸을 처음 만난 날을 두고, “계단을 오르다 그녀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계단이 아니라 운명을 오르고 있었다”고 썼다. 그의 사랑은 어떤 계획도, 예측도 없이 시작되었지만, 그 만남은 예술적 영감과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사랑은 계산된 선택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우연의 선물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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