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사랑만큼 우연한…”

2025년 09월 01일

"There is no area of life in which we more depend on chance encounters than in love."
-Alain de Botton

삶에서 사랑만큼 우연한 만남에 더 크게 의존하는 영역은 없다.
(한글번역서 :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이 글은 1993년 첫 출간된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의 첫 문장이다. 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미 내 지난 연애들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은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비행기 옆 좌석에 누가 앉느냐에 달린 일이라는 걸 알랭 드 보통이 너무 쿨하게 들춰낸다. 

이 문장은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계획과 의지보다 예기치 못한 우연, 즉 운명의 만남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직업, 우정, 학문, 성취는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해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다르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듯 마주친 얼굴, 우연히 잡은 자리에 앉은 카페, 예기치 않게 겹친 일정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랑이 더 재미있고 흥미롭지 않은가.
현대 사회는 데이터 기반 매칭 앱이나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사랑조차 효율적으로 관리하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의 본질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힘에 남아 있다. 오히려 이 불확실성이 사랑을 낭만적으로 만든다. 계획 불가능한 우연이 삶에 불빛을 던지고, 그 불빛 속에서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새롭게 알게 된다.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Boris Vian)은 아내 미셸을 처음 만난 날을 두고, "계단을 오르다 그녀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계단이 아니라 운명을 오르고 있었다"고 썼다. 그의 사랑은 어떤 계획도, 예측도 없이 시작되었지만, 그 만남은 예술적 영감과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사랑은 계산된 선택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우연의 선물에 더 가깝다.

관련 글

오해가 사람을 가두는 순간

오해가 사람을 가두는 순간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은 사악함과 음모만이 아니었다. 혼동과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 - 이언 매큐언(Ian McEwan), 속죄...

더 보기...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소명과 책임 사이 He didn’t doubt the calling was high, but bad behaviour was not part of it.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보로 모든 책임을 벗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런 식의 오만은 질색이었다. (중략) 그 역시 예술의...

더 보기...
댓글 0개
댓글 작성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