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안의 음악
We were Homo musicus; to define beauty in music is also to ask what human nature is.
우리 인간은 음악적 자질을 타고난 호모 무지쿠스 Homo Musicus 였다. 그러므로 음악에서의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정의를 수반하는 일이며 인간성과 꾸밈없는 소통의 세계를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소설 암스테르담(Amsterdam, 문학동네) 35쪽~36쪽에 나온다. 원문은 “we were Homo musicus; defining beauty in music must therefore entail a definition of human nature, which brought us back to the humanities and communicativeness”이다. 문맥상 이 앞에는 멜로디 한 줄을 이해하는 일이 복잡한 정신 작용이지만 영아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인간은 음악적 유산 속에 태어난 존재라는 설명이 놓여 있다.
자연스러운 의미는 “우리는 음악적 유산 속에 태어난 호모 무지쿠스였다. 그러므로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정의한다는 것은 인간 본성을 정의하는 일을 필연적으로 포함하며, 그것은 우리를 다시 인간성과 소통의 문제로 데려간다.”이다. 여기서 호모 무지쿠스(Homo musicus)는 엄밀한 생물학적 분류명이라기보다, 인간을 음악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닿는 존재로 부르는 문학적·인문학적 명명이다.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암스테르담(Amsterdam)은 1998년 부커상(The Booker Prize) 수상작이며, 부커 재단은 이 소설을 우정이 증오와 복수로 내려가는 어둡고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소개한다. 이 소설은 작곡가 클라이브 린리(Clive Linley)와 신문 편집자 버넌 핼리데이(Vernon Halliday)가 이들의 옛 연인이였던 몰리 레인(Molly Lane)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 뒤, 자신들이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될 때 서로의 죽음을 도와주겠다는 위험한 약속을 맺는다는 내용.
소설에서 이 문장은 작중 작곡가 클라이브가 음악의 아름다움과 인간 본성을 연결하는 논리를 전개하는 대목에 놓인다. 따라서 이 문장을 곧바로 작가 자신의 단정적 사상이라기 보다는, 풍자소설 속 인물이 예술과 인간성을 논하는 주장으로 생각된다. 인간은 음악을 배워서만 이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리듬과 멜로디와 화음에 반응하도록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존재라는 말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음표의 배열을 감상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을 의미 있다고 느끼는지를 묻는 일이다. 그래서 음악의 아름다움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한 사람이 선율을 듣고 슬픔, 긴장, 해방감, 평온을 느끼는 순간, 음악은 언어 이전의 언어처럼 작동한다. 그것은 설명하지 않고 전달하며, 설득하지 않고 공명한다.
이 문장의 깊이는 “아름다움”을 장식이 아니라 소통의 사건으로 본다는 데 있다. 아름다운 음악은 귀에 즐거운 소리만이 아니라, 내 자신의 내면에 닿는 하나의 형식이다. 소설 속 클라이브가 말하는 호모 무지쿠스는 말보다 앞서 리듬, 멜로디, 화음 속에서 서로를 알아본 인간이다. 이 점에서 음악은 인간이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조율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우리는 홀로 듣지만, 음악을 들을 때 이미 누군가의 리듬과 감정에 접속한다. 아름다움은 개인적 취향의 폐쇄적 방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열리는 공통의 장소가 된다.
음악이 인간에게 매우 이른 시기부터 작용한다는 점은 많은 연구에 의해서 알려져있다. 하버드 가제트(Harvard Gazette)는 2019년 연구에서 음악이 여러 사회적 맥락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문화적 산물임을 다루었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신생아가 박자를 식별하는 능력을 보인 연구를 소개했다. 최근 가디언(The Guardian) 역시 신생아가 리듬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를 보도하며, 리듬이 인간의 생물학적 도구 상자 일부일 수 있다는 연구자의 설명을 전했다. 이 연구들은 매큐언의 문장을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한다기보다, 그 문장이 왜 계속 설득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주변 근거가 된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