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자 “11월을 맞으며”

2025년 11월 01일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겸손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따스해진 마음으로

두 발로 우뚝 선
건강한 너를 맞는다

두 사람이 마주선 듯
다정한 11월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 감싸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다정한 연인을 닮은
너를 배우고 싶다

험한 눈보라가 몰아쳐도
세찬 비바람이 불어 와도

두 발로 힘차게 버티며
미동도 하지 않을 너이기에
너를 닮아가고 싶다.

-안숙자 “11월을 맞으며”

이 시는 숫자 ‘11’의 형상으로 부터 11월의 의미를 찾아낸 시라고 생각한다.

먼저, 시인은 ’11’월을 두 발로 우뚝 선 건강한 사람의 모습으로 바라본다. 곧게 선 두 개의 ‘1’은 흔들림 없는 자세이자, 자기 자신을 지탱하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처럼 시인은 숫자라는 추상적 형태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넣어, 11월을 살아 있는 존재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다정하게 마주선 두 사람, 그래서 서로에게 기대고 감싸주고 같은 곳을 향하는 다정한 연인으로 ’11’월을 본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어려움을 만나도 굳건히 버티는 강한 두 발을 가진 ’11’월로 상상한다.

‘두 발로 서 있는 건강한 너’, ‘두 사람이 마주선 듯 다정한 11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다정한 연인’, ‘세찬 비바람에도 버티는 너’ – 이런 일련의 이미지들은 모두 숫자 ‘11’에서 연상되는 시적 상상이다.

시인은 11월을 한 해의 끝자락에 고요히 서 있는 사람, 혹은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 함께 길을 걷는 연인으로 형상화하고, 그 안에서 홀로 서는 힘, 그리고 함께 서는 따뜻함을 동시에 배우는 ’11’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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