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겨울 편지”

2026년 01월 04일

겨울 편지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안도현 -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푸른숲) 중.

흰 눈을 듬뿍 뒤집어쓴 채 추위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매화나무의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시인은 그 가녀린 떨림을 단순히 추위에 떠는 것으로 보지 않고, 다가올 봄에 꽃을 피워내기 위한 치열한 준비 과정으로 바라본다. 마른 가지 끝에서 일어나는 그 작은 진동이 한겨울의 적막을 깨우며 생명의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은 무척이나 경건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눈물겹다는 표현 속에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다. 차가운 눈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제 안의 온기를 모아 꽃을 꿈꾸는 나무의 마음은, 우리가 소중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인고의 시간과 닮아 있다. 사랑 역시 화려하게 피어난 순간보다, 그 결실을 위해 묵묵히 시련을 견디며 다가오는 느린 발걸음 속에 참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사랑과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토록 더디고 애달프지만, 결국 그 떨림은 붉거나 하얀 꽃송이로 피어날 것임을 믿게 된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전해지는 이 시의 문장들은 마치 따뜻한 위로의 편지처럼 다가와, 지금 힘겨운 시간을 지나는 내 마음을 다독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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