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 “꼭”

2026년 02월 07일

김정화

우리 가게에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은 늘 손을 꼭 잡고 언제나 둘이 붙어다닌다. 셈을 마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다"고 혼잣말한다. 꽃을 보면 꼭 꽃을 닮고 싶고, 구름을 보면 꼭 구름에 닿고 싶고. 사랑을 보면 꼭 사랑을 담고 싶다.
Image from Pixabay

'꼭'은 일상의 소박한 풍경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원형을 아주 맑고 순수한 시선으로 담아낸 시다.

가게를 찾아온 노부부의 꼭 잡은 두 손에서 '닮고 싶은' 미래를 꿈꾸는 시인의 마음이 예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긴 세월을 함께 지나온 이들의 뒷모습이 한 편의 꽃이나 구름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비춰진다는 점이 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닮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시인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 그 자체를 자신의 삶에 '담고' 싶다고 고백한다.
'닮다', '닿다', '담다'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운율 속에서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창하고 화려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묵묵히 잡아주는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심을 배우고 싶게 만드는 따뜻한 시다.

관련 글

나해철 “봄날과 시”

봄날과 시 나해철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 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더 보기...

오규원 “봄날과 돌”

봄날과 돌 오규원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잠에 단단하게 들어 있네 봄날 하고도 발끝마다 따스한 햇볕 묻어나는 아침 Source: Pixabay 따스한 봄 볕이 발등을 간지럽히는 나른한 봄날 아침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더 보기...

도종환 “인연”

인연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더 보기...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