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도종환 시인의 「인연」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긴 여행을 떠도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 아닐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던 두 개의 '떠도는 마음'이 우연히 만나 '풀씨 하나'가 되고, 그 작고 소박한 시작이 들판 가득 '꽃'을 피워내는 기적 같은 순간, 그것이 바로 인연의 시작이다.
인연이란 결국 엇갈림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외로움이 맞닿아 잠시 꽃을 피웠던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고, 우리는 다시 각자의 광활한 허공으로 흩어졌다. 너를 잃고 헤매던 시간 동안 내 발길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라 길고 긴 우회를 거듭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무뎌진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온 옛 자리에서 마주한 흔적은 가슴 밑바닥을 조용히 흔든다. 나를 기다리며 누군가 들고 있었을 그 꽃이 시들어 문드러진 모습을 보니, 우리가 놓쳐버린 시간들이 얼마나 무겁게 발자국 속에 고여 있는지 실감한다. 내 쪽을 향해 버려진 그 흔적은 원망보다 깊은 연민이자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그 마음의 방향을 바라보며, 뒤늦게 도착한 나의 발걸음이 가을 햇볕 아래서 고요히 젖어든다. 슬픔은 요란하지 않게, 그저 풍경의 일부가 되어 내 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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