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찬 “살아있는 날엔”

2026년 03월 17일

Vast ocean view

살아있는 날엔

정유찬, 「행복한 여운」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환상이고 슬퍼도 울 수 없으면 고통이며 만남이 없는 그리움은 외로움일 뿐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아쉬운 아픔이 되고 행동이 없는 생각은 허무한 망상이 된다. 숨 쉬지 않는 사람을 어찌 살았다 하며 불지 않는 바람을 어찌 바람이라 하겠는가 사람이 숨을 쉬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살아있는 날엔 사랑을 하자 마음껏 울고 또 웃자.
Image : Pixabay

정유찬 시인의 "살아있는 날엔"을 읽으니 사랑을 단순히 감정의 영역에 두지 않고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것을 '환상'이라 단언하며, 우리에게 왜 지금 당장 마음을 꺼내 보여야 하는지 강한 어조로 설득하고 있다. 특히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이나 불지 않는 바람을 예로 든 비유는 매우 강렬하다. 존재의 본질이 곧 움직임이듯, 사랑의 본질 또한 밖으로 흘러나오는 표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결국 아쉬운 아픔이 되고, 행동 없는 생각이 망상이 된다는 경고는 가벼운 위로를 넘어선 묵직한 조언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시의 매력은 그런 단호함 끝에 "마음껏 울고 또 웃자"라는 따뜻한 격려를 배치했다는 점에 있다. 우리에게 억눌린 감정의 빗장을 풀고 생동감 있게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어주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랑의 표현이 왜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참 고마운 작품이다.

관련 글

이수동 “동행”

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 video tag. 동행 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더 보기...

유치환 “목숨”

목숨 유치환 하나 모래알에 삼천세계가 잠기어 있고 반짝이는 한 성망에 천년의 흥망이 감추였거늘 이 광대무변한 우주 가운데 오직 비길 수 없이 작은 나의 목숨이여 비길 수 없이 작은 목숨이기에 아아, 표표한 이 즐거움이여 Image :...

더 보기...

이정록 “이웃”

이웃 이정록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두부 장수는 종을 흔들지 마시고 행상 트럭은 앰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써서 학교 담장에 붙이는 소사 아저씨 뒤통수에다가 담장 옆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한마디씩 날린다 공일 날 운동장 한번 빌려준 적 있어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더 보기...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