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화이트 “산티아고 순례길”

2026년 10월 10일

A pilgrim walking on a scenic path towards the horizon

산티아고 순례길

데이비드 화이트


길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언덕들은 네가 가야 할 길을 감추었다가 드러낸다. 길이 저 아래로 아득히 떨어지고, 너는 마치 희박한 공기 위를 걷는 것만 같다 추락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이 너를 받아 너의 발을 떠받쳐 준다 네 앞에 놓인 길이 결국에는 언제나 네가 걸어야 할 길이었으며 너를 너의 미래로 데려갈 길이었고, 너를 이 장소로 데려온 길이었다. 그 길이 때로는 네가 자신에게 한 약속을 무너뜨릴지라도 그 길이 도중에 너의 심장을 고통스럽게 할지라도. 너는 느낀다, 이 여행이 너 자신 깊은 곳에서 시작되어 하나의 깨달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임을. 너 자신 안에 있기도 하고 너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기도 한 그 어떤 것을 위해 너는 위험을 무릅써 왔음을. 결국 네가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너를 다시 또다시 부른 그 무엇을 위해. 너는 남루한 사랑의 옷을 입고 걷는다. 밤이 되면 너의 목소리는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는 기도문이 된다. 그리하여 어느 날 너는 깨닫는다. 네가 원하던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음을. 길을 떠나기 전에 네가 살던 그곳에. 길을 따라 네가 내딛는 걸음마다 너의 가슴, 너의 생각, 너의 기대가 줄곧 너와 함께했으니, 처음에 너로 하여금 여행을 시작하게 하고 너를 끌어당긴 것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이제 너는 안다. 네가 도달할 수 있는 그 어떤 목적지의 금박 입힌 지붕들 보다도 너 자신이 더 경이로운 존재임을. 왜나하면 너는 길을 발견하려는 단순한 소망을 가지고 떠났기에. 너는 줄곧 마지막 종착지가 황금으로 된 탑들과 환호하는 군중이 있는 도시일 것이라 상상했었다. 하지만 길의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네가 발견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단순한 이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너의 얼굴에 담긴 분명한 깨달음 그리고 또 다른 여행에의 초대장. 이 모든 것을 너는 한눈에 보리라. 네가 끝없이 찾아다닌 너 자신과 네가 있어야 할 장소를. 너에게 손짓하는 광활한 자유의 들판을. 또 다른 삶처럼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길을.
Image : Pixabay

이 시를 처음 만나 첫 문단을 읽을 때 바로 눈물이 쏟아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 지금 순간의 기쁨, 앞으로 마주할 날들에 대한 기대가 떠오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직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진 못했다. 내 인생에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고 내 체력이 허락한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험하고 싶은 곳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희망은 이 시가 주는 감동과는 관련이 없다. 이 시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표현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결국 어디론가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긴 여행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간혹 발밑의 길이 사라지고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조차 실은 나를 단단히 지지해주고 있는, 원래부터 거기에 길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출발할때는 눈부신 황금빛 종착지나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기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친 산길을 넘고 발바닥이 부르트며 깨닫는 진실은 화려한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보물은 먼 곳의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소박한 마음과 자기 자신이었다.

땀으로 젖은 옷, 부르튼 발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마다 무사히 도착하길 기도하며 걷는 동안, 길은 우리에게 거창한 목표 대신 따스한 자아 성찰과 새로운 주위의 풍광으로 위로한다.

끝없이 펼쳐진 길 위에서 '나'라는 경이로운 존재를 발견해 나가는 이 힘들고 경이로운 여정이 내 인생임을 깨닫게 하는 노래인 것 같다.

특별한 날, 10월10일에 다시 한번 읽어본다. 그날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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