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다른 이도…”

어둠 속에서도 남는 빛

En wie gelukkig is, zal ook anderen gelukkig maken,
wie moed en vertrouwen heeft, zal nooit in de ellende ondergaan!

행복한 사람은 다른 이도 행복하게 만든다.
용기와 믿음을 지닌 사람은 결코 비참 속에서 스러지지 않는다.

- 안네 프랑크(Anne Frank), Het Achterhuis / The Diary of a Young Girl -

Source: Pixabay

이 원문은 네덜란드어로 “En wie gelukkig is, zal ook anderen gelukkig maken, wie moed en vertrouwen heeft, zal nooit in de ellende ondergaan!”이지만 가장 알려진 영어 문장으로는 “Whoever is happy will make others happy too. He who has courage and faith will never perish in misery!”이며, 안네 프랑크(Anne Frank)가 영어로 직접 쓴 원문이라기보다, 네덜란드어 일기 문장이 번역과 재인용을 거치며 굳어진 통용형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공개된 범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 가운데서는 1944년 3월 7일 일기 맥락으로 전하는 경우가 많고, 안네 프랑크 하우스(Anne Frank House)의 공식 자료도 바로 그날의 일기에서 “불행만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아름다움을 보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안네 프랑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성장했고, 나치 점령기 은신 생활 동안 네덜란드어로 일기를 썼다. 전쟁 뒤 미프 히스(Miep Gies)가 보관하던 원고를 아버지 오토 프랑크(Otto Frank)에게 돌려주었고, 오토는 안네의 원래 일기와 수정 원고를 바탕으로 편집본을 만들어 1947년 『헤트 아흐터하위스(Het Achterhuis)』를 출간했다. 이후 이 책은 영어판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 Young Girl)』를 비롯해 7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하다. 행복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타인에게 번지는 힘이며, 용기와 믿음은 인간을 절망의 바닥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게 붙드는 내면의 버팀목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말의 무게감을 느끼는 것은 평온한 교실이나 안전한 침실이 아니라 박해와 공포 속 은신처에서 나온 문장이라는 데 있다. 안네 프랑크는 불행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행을 너무 일찍, 너무 가까이 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낙천적 기분이 아니라, 남아 있는 아름다움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자연, 빛, 자유의 기억, 자기 안의 중심을 붙드는 일이 이 문장 안에서 하나로 엮인다.

사람은 자기 안이 완전히 무너질 때 타인을 위로할 힘도 잃기 쉽다. 반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중심을 회복한 사람은 주변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남도 행복하게 만든다”는 말은 정서의 전염에 대한 관찰처럼 느껴진다. 또 “용기와 믿음”은 추상적 미덕이 아니라,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의미를 붙드는 실천이다. 믿음은 종교적 신념만이 아니라, 세계가 완전히 폐허만은 아니라는 최소한의 신뢰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장은 인간을 살아 있게 하는 마지막 불씨에 관한 말이다.

그렇다고 불행한 사람은 남도 불행하게 만든다는 식으로 뒤집어서 해석하는 것은, 고통받는 사람을 다시 죄책감 속에 가두는 문장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실의 참혹함 앞에서 행복과 믿음을 말하는 태도는 구조적 폭력이나 정치적 악을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 문제로 축소하는 인상도 줄 수 있다. 역사적 폭력은 개인의 행·불행으로 변화되지 않는다.

이 문장은 찬란한 낙관의 표어라기보다, 어둠 속에서도 남는 작은 빛의 윤리에 가깝다. 세계를 한순간에 구원하지는 못해도, 한 사람이 자기 안의 중심을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일이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미세한 온기를 건넬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연약하다. 바로 그 연약함 때문에 더 인간적이다. 안네 프랑크의 문장은 승리의 언어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는 존재의 언어로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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