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은 유한하나…”

2026년 03월 03일

하늘을 기억하는 존재

Borné dans sa nature, infini dans ses vœux,
L’homme est un dieu tombé qui se souvient des cieux.

본성은 유한하나, 그의 염원은 무한하다.
인간은 하늘을 기억하는 추락한 신이다.

- 알퐁스 드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
『명상시집(Méditations poétiques)』의 「인간(L’Homme)」 -

Source: Pixabay

이 문장은 알퐁스 드 라마르틴(Alphonse de Lamartine)의 첫 시집 『명상시집(Méditations poétiques)』(1820)에 실린 두 번째 시 「인간(L’Homme)」에 나온다. 이 시는 본문 첫머리에서 보이듯 바이런 경(Lord Byron)에게 바쳐진 작품이며, 라마르틴은 훗날 『새로운 고백들(Nouvelles Confidences)』에서 자신이 “바이런에게 보내는 명상”을 썼다고 직접 회고한다. 또한 『명상시집』은 라마르틴을 프랑스 낭만주의의 핵심 인물로 자리잡게 만든 첫 시집으로 평가된다.

문장의 나타난 뜻은 단순하다. 인간은 한계를 가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넘어서는 무엇을 늘 갈망한다는 뜻이다. 몸은 땅에 묶여 있는데 마음은 하늘을 기억한다는 이 대비는, 인간 안에 늘 두 개의 방향이 함께 살아 있음을 말한다. 하나는 중력에 의한 하강이고, 다른 하나는욕망에 의한 상승이다. 하나는 유한한 생애이고, 다른 하나는 끝내 닿지 못하는 절대에 대한 그리움이다. 라마르틴은 바로 그 틈을 “추락한 신”이라는 비유로 붙잡는다.

이 문장은 인간의 욕망을 단순한 탐욕으로 보지 않는다. 여기서 vœux는 소비적 욕망이라기보다, 자신보다 더 큰 것, 더 높은 것, 더 참된 것을 향해 뻗는 염원에 가깝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인간이 늘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결핍의 병리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현재에 다 닿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원래 너무 큰 것을 기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때 “하늘”은 단순한 종교적 천상이 아니라, 잃어버린 온전함, 존재의 본향, 혹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이상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불만족을 너무 고귀하게만 해석하면, 현실의 고통과 사회적 조건을 흐릴 수 있다. 가난, 상실, 불평등, 몸의 취약함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두고도 “인간은 원래 하늘을 그리워하는 존재”라고만 말한다면, 실제 삶의 상처는 지나치게 미화될 수 있다. 또 “추락한 신”이라는 비유는 인간의 특별함을 극대화하는 대신, 인간 바깥의 다른 생명과 세계를 낮추는 위계를 만들 위험도 있다. 이 문장은 아름답지만, 아름다움만으로는 늘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주는 교훈은, 인간이 단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먹고 자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존재다. 더 알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고, 더 나은 것을 만들고 싶고, 때로는 이미 잃어버린 무언가를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으면서도 그리워한다. 라마르틴의 문장은 그 막연한 동요를 과장 없이, 그러나 잊히지 않게 압축한다. 현실을 넘어가려는 충동이 오만이 될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충동 덕분에 인간은 예술을 만들고, 종교를 낳고, 철학을 묻고, 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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