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순 “나비가 앉았던 자리”

2025년 09월 30일

이것도 사랑이라고 꽃이 피는구나
이것도 이별이라고 꽃이 지는구나
이것도 인연이라고 흔적이 남는구나
잠시 머무른 자리가 참 고요하구나.

– 한옥순 “나비가 앉았던 자리”

이 짧은 시는 사랑의 생애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사랑은 꽃이 피는 순간처럼 시작된다. 설렘과 기쁨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그 향기는 잠시 세상을 환하게 물들인다.

그러나 꽃이 지듯 이별이 찾아오면 마음은 허공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무너진다. 그 자리에 남는 건 상실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인연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시인은 사랑과 이별을 단순한 감정의 소모가 아니라, 삶의 자취로 바라본다.

“잠시 머무른 자리가 참 고요하구나”라는 마지막 구절은 상처 뒤에 찾아오는 정적을 담담히 보여준다.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시간은 그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며 마음에 고요를 남긴다. 마치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처럼, 사랑과 이별은 덧없지만 그 자취는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아 삶의 일부가 된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아프게 지워진 기억일수록 더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그 흔적은 결국 다시 피어날 다음 꽃들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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