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친구에게”

2026년 01월 27일

친구에게

김재진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 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Image by Pixabay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는 신나게 웃고 떠들고 같이 어울리는 모습 속에 떠올린다. 그렇지만  김재진 시인의 〈친구에게〉에 등장하는 친구는 차분하게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친구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는 거창한 약속보다는 곁을 지켜주겠다는 소박하고도 단단한 친구의 진심을 담고 있다. 메마른 들꽃처럼 지쳐 있는 친구에게 개울이 되어주고, 어둠 속에서 고립된 친구에게는 모닥불이 되어주겠다는 비유가 참 다정하다. 상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춰 자신을 조용히 변화시키겠다는 시인의 태도에서 깊은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친구의 슬픔이나 고통을 묻거나 억지로 공감하지 않는다. 그저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되거나, 이별의 순간에 손을 잡아주는 존재가 되겠다고 말한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한다면, 이제 친구로부터 가장 큰 미소로 위로를 받겠다고 한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행위가 베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곧 내게 위로가 되는 상호적인 관계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읽는 내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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