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2026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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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함민복

Image by Pixabay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는 당신의 심장.
이 표현은 우리가 아무리 서로를 힘껏 끌어안아도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심장의 물리적 위치를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심장이 왼쪽에 있기에 마주 안으면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래서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왜 선천적으로 당신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지를 알게 한다.

서로 포갤 수 없는 안타까움을 '선천성'이라는 단어로 정의하며, 이것이 우리의 잘못이 아닌 태생적인 운명으로 위로한다. 그렇지만 그 그리움은 정적인 상태로 멈춰 있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를 가로지르는 새떼나 강렬한 번개처럼 역동적인 에너지로 변모한다. 가질 수 없기에 더 간절하고, 하나가 될 수 없기에 영원히 갈망하게 되는 그 마음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단순히 외로운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날아오르게 하고 번쩍이게 만드는 생명력 그 자체임을 깨닫게 해주는 기분 좋은 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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