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아침 문안 인사”

2026년 02월 04일

아침 문안 인사

간밤 잘 주무셨어요?
오늘이 약속처럼 또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늘도 마음 다해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마음을 다해 당신과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그래야 오늘 하루도 뭔가를 해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균형을 맞추는 일, 어렵지만 해보려고 합니다
애쓰는 맘 알아주시길
그러나 힘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죠
그러니 이 맘에도 반작용이 생기겠죠
멀리 가려면 더 당기는 무엇이 또 있겠죠
물론 그 힘은 제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 또한 무척 신나고 기쁜 일입니다
멀리 가려할수록 당신께 더 끌려가는 법칙이란
얼마나 황홀한 진리인지!
이런 긴 말을 한마디로 줄이면,
사랑한다는 말, 그것입니다

- M

Source: Pixabay

간밤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시는 사랑의 역설을 유쾌하고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 M은 연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오히려 거리를 두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려는 그 노력이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귀엽게 다가온다.

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을 빌려 사랑의 감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멀어지려 할수록 더 강하게 당겨지는 '반작용'의 법칙이라니...
사랑 앞에 속수무책인 작가의 고백이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결국 거리를 두려는 모든 시도가 당신에게 더 깊이 빠져드는 과정임을 깨닫는 순간, 시의 분위기는 환희로 가득 찬다. 밀어내려 할수록 더 강하게 끌려가는 이 거역할 수 없는 반작용의 진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마음의 설명을 길게 늘어놓다가 결국 "사랑한다"는 담백한 한마디로 귀결되는 마무리에서 진심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 시는 사랑이 단순히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며 서로를 향해 당겨지는 역동적인 에너지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감동이고 멋지다.

관련 글

최옥 “너의 의미”

너의 의미 최옥 흐르는 물 위에도 스쳐가는 바람에게도 너는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남긴다 한때는 니가 있어 아무도 볼 수 없는 걸 나는 볼 수 있었지 이제는 니가 없어 누구나 볼 수 있는 걸 나는 볼 수가 없다 내 삶보다 더 많이 너를 사랑한 적은 없지만 너보다 더 많이 삶을 사랑한...

더 보기...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더 보기...

서덕준 “아침의 단막극”

아침의 단막극 서덕준 동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흔들리는 들풀과 어귀의 꽃잎들이 모두 네게로 불어오면 좋겠다 아침 안개는 너의 가는 길에 은빛 카펫이 되고 새의 지저귐은 너를 깨우는 자그마한 연주가 되면 좋겠다 달이 잠시 무대의 뒤로 사라지고 화려한 단막극이 시작되듯 쏟아지는...

더 보기...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