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구월의 기도”

2025년 09월 01일

구월의 기도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Image from Pixabay

벌써 올해의 8개월이 훅~ 지나가 버렸다. 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9월과 10월의 초입.

이해인 시인의 「구월의 기도」를 읽으면 마치 가을 하늘 아래서 따뜻한 햇살(아직은 뜨거운)을 온몸으로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시는 태양을 향해 마음을 열고, 우울과 어둠을 지워내며 새 계절을 밝게 맞이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단순하면서도 간절한 기도의 형식이어서, 자연스럽게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만든다.

특히 ‘꽃 길’, ‘푸르른 하늘’,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 같은 이미지들은 시각적으로 선명하다. 시어 하나하나가 일상적인 말이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새로움으로 걸어 나가는 풍경을 만든다. 어렵지 않고 솔직한 표현 덕분에 나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에는 반복이 많다. ‘꿈을 말하고 / 꿈을 쓰고 / 꿈을 노래하고 / 꿈을 춤추게 하소서’라는 부분은 리듬감을 주고, 꿈이라는 단어를 점점 확장해 나가면서 삶의 희망을 커다랗게 그려낸다. 마지막 부분에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라는 구절은 시 전체를 따뜻한 감정으로 감싼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 시의 매력은 꾸밈없는 기도문 같은 목소리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솔직하고 단순한 어휘를 통해 계절과 마음을 하나로 연결한다. 그래서 읽는 순간, 누구든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기도를 꺼내고 싶어진다.

관련 글

최옥 “너의 의미”

너의 의미 최옥 흐르는 물 위에도 스쳐가는 바람에게도 너는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남긴다 한때는 니가 있어 아무도 볼 수 없는 걸 나는 볼 수 있었지 이제는 니가 없어 누구나 볼 수 있는 걸 나는 볼 수가 없다 내 삶보다 더 많이 너를 사랑한 적은 없지만 너보다 더 많이 삶을 사랑한...

더 보기...

고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더 보기...

서덕준 “아침의 단막극”

아침의 단막극 서덕준 동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흔들리는 들풀과 어귀의 꽃잎들이 모두 네게로 불어오면 좋겠다 아침 안개는 너의 가는 길에 은빛 카펫이 되고 새의 지저귐은 너를 깨우는 자그마한 연주가 되면 좋겠다 달이 잠시 무대의 뒤로 사라지고 화려한 단막극이 시작되듯 쏟아지는...

더 보기...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