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끝없이 두려움…”

2026년 03월 15일

두려움 너머의 신뢰

On ne peut pas vivre sans cesse dans la peur.
Parfois, il faut prendre le risque de la confiance.

사람은 끝없이 두려움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신뢰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신(Nous, les dieux)』 -

Source: Pixabay / JoshuaWoroniecki

이 문장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소설 『신 1: 우리는 신 (Nous, les dieux)』에 실린 문장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Toulouse)에서 태어났고, 1980년대 초 파리(Paris)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과학 저널리스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 『Nous, les dieux』는 그의 이른바 “신들의 사이클” 첫 권으로, 알뱅 미셸(Albin Michel)에서 2004년에, 포켓판은 르 리브르 드 포슈(Le Livre de Poche)에서 2006년에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장이 42장 「강둑(Berge)」에서 화자는 동료들이 의심하는 작은 키메라를 풀어주며 이 말을 한다. 모두가 위험을 예상하고 불신 쪽으로 기울어 있을 때, 화자는 두려움이 삶 전체를 지배하게 둘 수 없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 신뢰는 곧 도움으로 돌아온다. 다시 말해 이 문장은 막연한 낙관의 표어가 아니라, 공포와 경계가 팽팽한 순간에 관계를 다시 열어보는 선택의 말이다.

이 문장의 표면적인 의미는 단순하다. 두려움만으로는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이 문장은 신뢰를 감정이 아니라 결단으로 본다. 신뢰는 안전이 보장된 뒤에 생기는 보상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태에서 먼저 감수하는 위험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정확하게 건드린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닫히고, 닫히는 만큼 더 고립된다. 베르베르의 문장은 바로 그 악순환을 끊는 한순간의 동작, 즉 “완전히 안전하지 않아도 관계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일”을 말한다. 여기서 신뢰는 순진함이 아니라, 삶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용기다.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면, 공동체는 계약과 규칙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어떤 수준의 선의 추정, 타인이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가 있어야 사회는 숨을 쉰다. 두려움이 극대화되면 사람들은 타인을 잠재적 위협으로만 읽고, 결국 관계보다 통제, 환대보다 차단, 대화보다 감시를 선택하게 된다. 이 문장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뢰는 개인의 미덕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에는 실제로 위험한 사람도 있고, 신뢰를 악용하는 권력도 있으며, 피해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믿어보라”는 말은 때로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 특히 폭력, 학대, 사기, 배신의 맥락에서는 두려움이 과장이 아니라 생존 감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장은 어디까지나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절대 명제가 아니라, 삶을 완전히 공포의 논리에 맡기지 말라는 방향 제시에 더 가깝다. 신뢰는 경계의 부정이 아니라, 경계를 가진 채로도 인간적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공감되는 이유는, 불신만으로는 상처를 피할 수는 있어도 관계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도 우정도 협력도 시민적 연대도 어느 지점에서는 검증을 넘어서는 도약을 요구한다. 베르베르의 문장은 바로 그 도약을 말한다. 두려움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두려움만이 유일한 진실이 되어버릴 때 삶이 지나치게 가난해진다는 사실을 이 문장은 조용히 일러준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달콤한 위로라기보다, 상처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닫히지 않으려는 인간의 어려운 결심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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